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서 지루한 등락을 거듭하자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투자협회 프리시스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9일 16조3580억원을 기록, 지난해 7월 5일(16조1803억원) 이후 최저치로 집계됐다.

이 기간 중 최고치는 8월 10일 22조6552억원이었다. 이후 18조~20조원대에 머물렀으나 올 4월 중순부터 16~17원대로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계좌에 들어있는 여윳돈으로 지수 상승기에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가 부진한 장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도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대금도 저조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538억원으로 시가총액의 0.38%에 불과했다. 이는 거래대금이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외국인 주도의 상승장을 제외하고는 내내 증시가 방향성이 없는 박스권 등락을 하고 있다"며 "지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단기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급락했을 당시 투자자예탁금이 예외적으로 급증했었다"며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 식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머니마켓펀드(MMF)에서 하룻새 5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식시장으로 다시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프리시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MMF의 설정액은 65조7390억원으로 5조4040억원 감소했다. 2004년초 이후 일일 유출 규모로 최대 수준이다.

임 연구원은 "MMF는 기관 단기 자금 움직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면서도 "시중 부동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코스피지수의 하단 지지력이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송 연구원도 "증시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시중 유동자금이 분명히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