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1일 오전 7시26분 보도


노루페인트를 주력 계열사로 둔 노루그룹은 일본 산업용 접착제 제조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지주사인 노루홀딩스가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에서 관련 기업 명단을 전달받아 인수 대상을 고르고 있다. 산업용 접착제는 스마트폰 자동차의 전기전자 부품을 붙이는 데 사용된다. 노루그룹 관계자는 “국내 도료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산업용 접착제 부문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라며 “일본 기업은 오래된 데다 기술력이 좋아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빗장 풀리는 일본 M&A 시장

국내 기업이 아시아 지역에서 인수·합병(M&A) 대상을 열심히 찾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다. 상대적으로 문화적 이질감이 적은 데다 뛰어난 원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한 시장개척도 또 다른 이유다.

한·일간 M&A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흔치 않았다. 국내 기업이 일본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최근 들어선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경기가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매물로 나온 기업들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일본 내에서 자국 기업을 인수하려는 해외 기업에 대한 거부감도 다소 수그러들었다.

일본 전자업체 NEC는 한국 기업에 계열 조명업체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의 특수밸브 제조업체 인터밸브는 경영권 매각을 위해 한국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인터밸브는 일본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던 우량 중소기업이었다. 2010년 중국 판매 대리점과 마찰이 생기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M&A 자문사 펀드크리에이션의 오가와 도시오 어드바이저는 “밸브 단가가 높은 데다 경쟁사가 적다”며 “인수 의향을 나타낸 한국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인수 후보를 물색 중인 도쿄스타은행은 최근 신한은행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신한은행이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일본 기업의 러브콜은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국내 기업이 일본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연간 15건 안팎에 이르고 있다. 올초 LG생활건강은 일본 화장품업체 긴자 스테파니 코스메틱스를 인수했다. 긴자 스테파니 코스메틱스를 거점으로 삼아 일본 화장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다.

작년에는 국내 소비자 금융회사인 베스트캐피탈이 57억원을 들여 일본 유어캐피털을 인수했다. 국내 금융자동화기기(ATM) 전문업체 청호컴넷도 일본 후지쓰프론테크의 한국 자회사 FKM을 사들였다. 사가 다카오 증권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를 확대하고 있는 한국을 통해 신흥시장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일본 기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 일본에 “큰장 선다”

일본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중소기업 금융원활화법’이 종료되는 내년 3월 일본 M&A 시장에 큰장이 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조건 등을 완화하는 내용의 중소기업 금융원활화법을 만들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내년 3월까지 연장돼 적용되고 있다.

M&A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부티크(소규모 투자자문사) 샤라쿠의 린 쑨한 부장은 “시장환경 변화로 자금난에 빠졌던 중소기업이 중소기업 원활화법에 기대서 연명해 왔다”며 “내년 3월 이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무더기로 매물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후쿠시마 시게오 레코프 전무는 “후계자를 찾지 못해 사라지는 일본 제조업체가 연간 2만개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기업에 의한 M&A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