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유럽발(發) 훈풍에도 불구하고 다소 힘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코스피지수가 유럽 재정위기 우려 완화 호재에 힘입어 당분간 안도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2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0포인트(0.05%) 오른 1855.01을 기록 중이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가 유럽연합(EU) 정상회담 호재에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코스피지수 역시 1860선을 회복하며 오름세로 장을 시작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매물에 발목 잡힌 지수는 장중 한때 하락 전환했고, 반등 이후에도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EU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이미 낮아진 상황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합의가 타결됐는데 완고했던 독일의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EU 정상회담을 통해 형성된 안도랠리 모멘텀은 이번주 ECB(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로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 반등 강도와 폭은 올 1분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시행으로 나타난 랠리보다는 약할 것이란 관측이다. 안도 랠리는 안전자산으로의 과도한 쏠림이 완화되는 과정인데, 미국 증시와 글로벌 신용위험지표 등에 비춰 이미 두려움이 상당 부분 제거된 상황이기 때문이� 설명이다.

금융 시스템 위기 완화가 지난달 증시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고, 시장의 관심은 서서히 펀더멘털로 이전되면서 경기와 기업이익 회복을 점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충분히 매력적이고, 경기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상황에서 EU(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정책 투입 가능성이 갖춰져 3분기 안도랠리를 위한 조건이 성립됐다"면서도 "이달 나타나는 안도랠리의 강도는 올 1분기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 당시보다는 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유럽발 호재가 아시아 증시에 선반영된 부분이 있고,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일부 수그러들며 실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와 함께 거시경제 관련 우려가 불거지면서 반등 강도가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오는 5일 열리는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정책을 발표할 지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CB가 그동안 유럽 주체 중 정책 대응에 있어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에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책을 내놓는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결합되면서 유럽발 훈풍 효과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는 5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과 함께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 ISM 비제조업 지수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고용보고서 등의 경제지표도 지수 변동성 결정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변동성 요인들을 거치며 코스피지수가 이달 중 1900선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오 팀장은 "국내 증시가 3분기에는 안도랠리를 나타내며 박스권 상단을 테스트한 후 4분기에는 박스권 하단에 다가설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 코스피지수 120일 이동평균선이 있는 1900선 중반께까지의 반등을 염두에 두고, 추가 상승 여부는 미국 및 중국 경제지표 동향을 체크한 후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