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2007년 1월 아이폰을 처음 공개했을 때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전문 매체들은 599달러에 이르는 비싼 가격과 물리 키보드의 부재 등을 지적하며 “애플이 과욕을 부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6월29일 아이폰이 미국 판매를 시작하면서 휴대폰 시장은 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휴대폰 업체가 됐다. 부침이 심한 정보기술(IT) 업계 가운데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변하는 분야가 바로 휴대폰 시장이다.

◆iOS-안드로이드 양강 구도

스마트폰 시장에 참여한 기업은 크게 운영체제(OS)를 만드는 곳과 하드웨어 업체로 구분할 수 있다. 스마트폰 OS 시장은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의 양강 구도다. RIM의 블랙베리OS나 노키아의 심비안은 영향력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애플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인 ‘앱스토어’와 콘텐츠 플랫폼 ‘아이튠즈’를 바탕으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독창적이면서도 친화적인 사용자환경(UI)도 무기다.

애플이 iOS를 아이폰에만 탑재하는 반면 구글은 개방 전략을 취하고 있다. 어떤 제조사라도 원한다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대부분 수익을 검색 광고로 벌어들이는 구글로선 최대한 사용자를 늘리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두 경쟁자를 쫓아가는 상황이다. 지난달 최신 OS인 ‘윈도폰8’을 발표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15년이 되면 iOS와 안드로이드, 윈도폰이 3강 구도를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윈도폰을 내장한 스마트폰 가운데 이렇다할 히트작이 없다는 점도 마이크로소프트엔 고민거리다.

◆애플·삼성이 이익의 90% 차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경쟁은 더 치열하다. 현재는 OS와 하드웨어를 모두 자체 제작하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맹주인 삼성전자 양강 구도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오는 이익 가운데 90%를 두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제작 OS인 ‘바다’를 내장한 스마트폰도 내놓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아직 2%대에 그치고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는 삼성전자 외에도 LG전자, 팬택, HTC, 모토로라, 소니 등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한때 미국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던 HTC는 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영향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윈도폰’을 넣은 스마트폰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다. 화웨이, ZTE 등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쪽에선 국내 제조업체들이 일본을 추월한 것처럼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는 중국 업체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