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일본 모바일 D램 업체인 엘피다 인수 기업으로 확정되면서 반도체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전했다. 마이크론은 엘피다 부채총액 4200억엔에 달하는 채권을 70% 인하한 가격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수금액은 약 2000억엔에 달한다.

마이크론은 인수금액 가운데 1400억원을 엘피다 채무 탕감을 위해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엘피다 부채총액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마이크론은 또 모바일 D램 생산을 늘리기 위해 히로시마 공장에 약 100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어서 인수 금액을 포함한 지원 총액은 3000억엔 가량이다.

관련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조만간 기술 전환, 생산설비 교체, 디자인 교체 등을 시작하고 이르면 내년 초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이 엘피다 인수에 성공함에 따라 모바일 D램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양강체제에서 마이크론이 합류한 3강 구도로 바뀌게 됐다.

모바일 D램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주기억 장치(메모리)로 쓰이는 반도체다. 스마트폰 등의 폭발적 증가로 반도체 업체들의 강력한 수익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53.8%로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20.8%로 2위, 엘피다는 17%로 3위, 마이크론은 5.4%로 4위다. 마이크론은 3위 엘피다를 인수해 단번에 점유율 23.4%로 2위에 올라서 SK하이닉스를 제치게 된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특성 상 1+1이 반드시 질적인 2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양보다는 질의 경쟁이 더 중요하다"며 ""미세공정에 앞서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물량만으로 쫓아올 수 있겠느냐는 측면에선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시대는 이미 갔다" 며 "중요한 것은 미세 공정을 통한 수익성 확보지만 마이크론과 엘피다는 국내 업체들보다 한 세대 가량 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크론은 엘피다 인수에 따른 자금부담으로 당분간 긴축재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며 "이렇게 되면 모바일 D램 공급이 축소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