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선거 연루 의혹을 받아온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 결정권이 국회로 넘어왔다.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9일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하면서 이·김 의원의 자격심사안을 양당이 15명씩 공동으로 발의해 본회의에서 조속히 처리키로 합의했다. 여야는 내달 2일 국회가 문을 열면 자격심사 청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제명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는 30명 이상의 의원이 요구하면 자격심사 여부를 판단하는 국회윤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단 제명을 위한 자격심사에는 윤리위 재적 3분의 2의 찬성과 국회 본회의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두 의원이 자격심사안 처리에 전격 합의한 건 “새누리당의 색깔 공세를 차단하면서 통합진보당 옛 당권파와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간 합의사항을 설명하는 의원총회 자리에서 “국가관이나 사상 검증이 아니라 부정선거에 따른 민주적 절차 위반에 대한 자격심사인 만큼 새누리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명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자격심사를 거부할 경우 자칫 ‘한통속이냐’는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당장 제명을 하자는 게 아니라 윤리위원회에서 자격심사에 해당하는지 등을 따져보면서 풀어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미 통합진보당이 1·2차 진상조사를 통해 “비례대표 경선에 부정이 있었다”고 밝힌 만큼 제명 절차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진보당은 이날 밤 중앙당기위를 열고 이·김 두 의원의 제명안을 통과시켰다. 조만간 열릴 의원총회에서 과반수가 찬성하면 두 의원은 당적을 박탈당하게 된다.

박 원내대표뿐 아니라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은 이번에 통합진보당 옛 당권파 처리 문제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칫 애매한 태도를 취하다가는 지지율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대선정국에서도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 합의안의 이면에는 통합진보당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옛 당권파와는 앞으로 연대할 생각이 없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새누리당, 민주당의 자격심사 합의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혁신비대위와 옛 당권파의 반응에 온도차가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정미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당 문제를 우리의 입장과 무관하게 결정한 것에 유감을 표하며 양당은 통합진보당의 자정 노력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이석기 의원은 “새누리당의 색깔 공세에 박 원내대표가 굴복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반발했다.

김형호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