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온라인쇼핑몰, '먹튀 바이러스'…교묘해진 '인터넷 사기꾼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작년 사기 피해금액 39% 껑충
돈 받고 물건 안보내는건 '하수'
탤런트 홍보모델로 내세우거나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가짜사이트
처음엔 신뢰쌓다 큰돈 들고 줄행랑
돈 받고 물건 안보내는건 '하수'
탤런트 홍보모델로 내세우거나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가짜사이트
처음엔 신뢰쌓다 큰돈 들고 줄행랑
롯데 자이언츠 팬인 김모씨(32)는 프로야구 시즌을 앞둔 지난 4월 한국야구위원회(KBO) 통합예매센터(kboticket.net)에 들어가 부산 사직구장 1루석 티켓 4장을 6만원에 예매했다. 예매번호가 적힌 이메일을 출력해 경기 당일 신분증과 함께 제출했지만 ‘이런 예매번호는 없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는 “KBO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매했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따졌지만 끝내 들어가지 못했다. 알고 보니 이 사업자는 타인의 통신판매신고번호와 사업자등록번호를 도용해 가짜 사이트를 만든 사기꾼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전남 순천에 사는 송모씨(38)는 지난달 22일 소셜커머스 업체 ‘쿠엔티’에서 180만원 상당의 주유 상품권을 20%나 싼 가격에 구입했다. 상품권 18장짜리 한 세트(액면가 180만원, 판매가 144만원)를 3개월에 걸쳐 6장씩 나눠 받아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워낙 저렴한 데다 게시판에 ‘상품권을 잘 받았다’는 글이 많았다. 아나운서 출신 탤런트 최모씨가 홍보 모델로 활동하고 있어 송씨는 의심없이 180만원을 결제했다. 당분간은 주유비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다고 안심하던 그는 쿠엔티 대표 김모씨(27)가 종적을 감췄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송씨처럼 피해를 입은 사람만 1000여명, 김씨가 챙긴 돈은 36억원이 넘었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몰에서 벌어지는 사기의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신규 사이트를 만들어 돈을 받은 뒤 상품을 보내지 않거나 모조품을 진품으로 위장해 파는 등 단순한 수법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누구나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가 조사한 온라인 쇼핑몰 피해 금액은 지난해 38억7000만원으로 한 해 전 27억8000만원보다 39.2% 늘어났다.
최근에는 상품권을 저렴하게 구입하라고 부추기는 ‘불황형 사기’부터 처음엔 상품을 보내 신뢰를 쌓다가 구입 후기를 보고 나중에 주문한 사람의 돈을 빼돌리는 ‘입소문 사기’, 공신력 있는 인물을 모델로 기용하거나 언론사에서 상을 받았다고 홍보해 신임을 얻는 ‘권력형 사기’까지 그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지연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 사무국장은 “온라인 쇼핑몰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악용한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 규모는 39조4000억원으로 대형마트(36조9000억원) 백화점(26조5000억원) 편의점(9조9000억원) 등을 웃돌았다. 2007년 20조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2배로 급증했다.
문의철 서울 용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은 “쿠엔티 사건은 신규 고객에게 돈을 받아 기존 고객이 구입한 상품권을 발송해준 뒤 입소문을 타고 고객이 늘면 거액을 챙겨 도망간 사건으로 계속 피해액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로 불리는 수법이다. 문 팀장은 “여기에 믿을 수 있는 이미지의 광고모델 기용, 공영방송 프로그램 후원 등 ‘신뢰형 사기’를 접목한 새로운 수법이어서 피해자가 많았던 것”이라며 “상품권을 20~30%씩 할인해 판매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할인율이 크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이버범죄 전문가인 장윤식 경찰대 교수는 “갈수록 온라인 쇼핑몰 사기 범죄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경기 불황과도 연관이 있다”며 “이를 줄이려면 군소 업체의 난립을 막고 환급을 용이하게 하는 등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지혜/김우섭/윤희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