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금연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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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異音) 동곡(同曲)의 삼위일체/ 나와 내 시혼은 곤곤히 샘솟는 연기/ 끝없이 곡선의 선율을 타고/ 영원히 푸른 하늘 품속으로/ 각각 물들어 스며든다.’
하루 20갑가량의 담배를 피운 애연가로 유명했던 공초 오상순 시인의 ‘나와 시와 담배’라는 시다. 서로 다른 음들이 하나의 곡을 구성하듯이 자신과 시와 담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하긴 세수를 할 때나 식사를 할 때도 담배를 피웠다니 몸의 일부로 느꼈을 법도 하다. 담배는 20세기 초만 해도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일종의 멋스러움과 품위의 상징이었다. 아인슈타인, 처칠, 맥아더, 프로이트 등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유명 인사들이 일제히 담배 예찬론을 편 것만 봐도 그렇다. 공초의 유별난 담배 사랑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담배의 위상은 180도 달라진다. 벤조피렌이란 발암물질이 담배연기에서 발견되면서부터다. 이후 담배연기엔 60여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종의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담배는 ‘공공의 적’처럼 돼버렸다. 상대적으로 흡연에 관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든 지방자치단체가 점점 늘어나더니 정부는 2015년부터 커피점 호프집을 포함, 전국의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도 앞다퉈 사내금연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입사원 선발 때 비흡연자에게 가점을 줄 방침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흡연자들은 더욱 괴롭게 됐다. 간접흡연의 폐해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우리가 무슨 죄인이냐” “세금은 우리가 다 낸다”와 같은 항변조차 어려워졌다. 간접흡연이 어린이의 주의집중 및 학습능력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에 이어 아버지의 흡연이 자녀의 암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충격적인 보고까지 나왔다. 자연스레 전자담배 금연패치 금연침 등 금연보조제에 더 많은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난처해진 흡연자들에게 희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주사 한 방에 담배를 끊을 수 있는 ‘금연 백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의 로널드 크리스털 교수 연구진이 담배연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이 뇌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백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주사를 맞으면 담배를 피워도 뇌가 아무런 ‘만족감’을 느끼지 못해 결국은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여서 상용화까지는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한다. 흡연자들이 쉽게 담배를 끊으려면 좀 더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하루 20갑가량의 담배를 피운 애연가로 유명했던 공초 오상순 시인의 ‘나와 시와 담배’라는 시다. 서로 다른 음들이 하나의 곡을 구성하듯이 자신과 시와 담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하긴 세수를 할 때나 식사를 할 때도 담배를 피웠다니 몸의 일부로 느꼈을 법도 하다. 담배는 20세기 초만 해도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일종의 멋스러움과 품위의 상징이었다. 아인슈타인, 처칠, 맥아더, 프로이트 등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유명 인사들이 일제히 담배 예찬론을 편 것만 봐도 그렇다. 공초의 유별난 담배 사랑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담배의 위상은 180도 달라진다. 벤조피렌이란 발암물질이 담배연기에서 발견되면서부터다. 이후 담배연기엔 60여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종의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담배는 ‘공공의 적’처럼 돼버렸다. 상대적으로 흡연에 관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든 지방자치단체가 점점 늘어나더니 정부는 2015년부터 커피점 호프집을 포함, 전국의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도 앞다퉈 사내금연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입사원 선발 때 비흡연자에게 가점을 줄 방침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흡연자들은 더욱 괴롭게 됐다. 간접흡연의 폐해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우리가 무슨 죄인이냐” “세금은 우리가 다 낸다”와 같은 항변조차 어려워졌다. 간접흡연이 어린이의 주의집중 및 학습능력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에 이어 아버지의 흡연이 자녀의 암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충격적인 보고까지 나왔다. 자연스레 전자담배 금연패치 금연침 등 금연보조제에 더 많은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난처해진 흡연자들에게 희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주사 한 방에 담배를 끊을 수 있는 ‘금연 백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의 로널드 크리스털 교수 연구진이 담배연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이 뇌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백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주사를 맞으면 담배를 피워도 뇌가 아무런 ‘만족감’을 느끼지 못해 결국은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여서 상용화까지는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한다. 흡연자들이 쉽게 담배를 끊으려면 좀 더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