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플랜드 협주곡은 ‘스윙의 왕’이라 불리던 재즈 클라리넷 연주자 베니 굿맨에게 감명받은 작곡가 코플랜드가 그를 위해 헌정한 곡이에요. 클라리넷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모두 발산하는 대표적인 미국 레퍼토리죠. 서정적으로 조용히 시작하다가 화려한 카덴차가 이어지고, 빠른 재즈와 스윙의 느낌까지 살린 재미있는 곡이에요.”

채재일 서울시립교향악단 클라리넷 수석(34·사진)이 서울시향 비르투오조 시리즈의 협연자로 데뷔한다. 서울시향은 지난해부터 수석이나 악장 1명을 협연자로 내세워 연주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있다.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앞둔 그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의 아버지는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이던 고 채일희 씨다. 그러나 ‘채일희의 아들’이란 꼬리표를 떼어낸 지 오래다. 뉴욕 줄리아드음대 수석 졸업, 스페인 클라리넷 국제콩쿠르 도스 에르마나스 1위 입상,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 특별상, 필라데피아 오케스트라 객원수석 등의 경력이 이를 말해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상의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 이제 세계 어느 오케스트라에 가도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7년째 서울시향 수석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결실이다. 셀 수 없이 이어지는 정기 공연과 해외 공연의 클라리넷 수석 연주자로, 경희대 음대 교수로, 금호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 멤버로 뛰는 와중에 국내외 독주회까지 빼놓지 않으며 한순간도 쉬지 않고 달려온 그다.

“오케스트라 연주만 고집하기보다 독주회, 실내악, 다른 장르의 연주까지 많은 경험을 하는 게 좋아요. 그런 경험이 응축돼야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된 음악으로 녹아 나오죠.”

채씨는 세계적인 ‘리드’ 제작사 다다리오 리코와 프랑스 악기사 뷔페 크랑퐁 소속의 클라리넷 아티스트다.

“이스라엘 음악인 클레즈머나 탱고 음악에서도 클라리넷은 아주 매력있는 악기예요. 피아노나 바이올린보다 덜 화려한 악기라고 여길 수 있지만 그건 연주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죠.”

그는 29일 핀란드 지휘자 한누 린트와 코플랜드 클라리넷 협주곡을 연주한다. 코플랜드가 이 곡을 베니 굿맨에게 가져갔을 때 굿맨은 ‘연주법이 너무 어렵다’며 악보의 일부를 바꾸게 했다. 최근 찰스 나이딕 줄리아드음대 교수가 원본 악보를 발견했고, 채씨가 이를 한국에서 초연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