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선 현장에서 군중집회를 취재하던 영국의 여성 언론인이 군중으로부터 성폭행과 구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취재하던 미국 CBS의 여기자가 똑같은 피해를 입은 지 1년여 만에 똑같은 일이 발생해 이집트 군중의 폭력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의 다큐멘터리 PD인 나타샤 스미스(22)는 무슬림형제단 소속의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발표된 지난 24일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폭도로 변한 군중의 공격을 받아 이 같은 변을 당했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스미스는 집회 현장에서 자신을 노린 군중에 끌려 다니며 옷이 찢겨져 알몸이 된 채 손으로 성적 폭행을 당했다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블로그에서 "굶주린 사자 우리에 던져진 먹잇감처럼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곁눈질밖에 없었다"며 "몸을 만지며 조롱하듯 바라보는 시선들이 계속 늘어났다"고 참상을 전했다.

이날 군중집회는 민선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면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과격해졌다고 그는 밝혔다.

스미스는 이에 카메라를 배낭에 챙겨 동료와 함께 현장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남성 동료로부터 떨어져 군중 속을 끌려다녀야 했다.

그는 "죽든 살든 모든 게 곧 끝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절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스미스는 곧이어 달려온 동료의 도움으로 군중의 손길에서 빠져나와 의료텐트에 피신했다가 현지인 복장을 하고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고통을 극복하고 더 강하고 현명해질 것"이라며 "여성에 대한 끊임없는 폭력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t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