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 조남관)는 27일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85)의 차남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51)을 110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 부회장의 횡령을 도운 박모(53)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부회장은 2008년 6월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디지털오션의 회삿돈 12억원을 휴면회사(사업자등록만 하고 실제 영업활동은 하지 않는 회사)인 B사에 빌려주는 것처럼 꾸며 빼돌리는 등 6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부회장은 또 2009년 6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수석무역에 별다른 채권회수 조치 없이 디지털오션의 회사자금 20억원을 빌려주는 등 회사에 48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강 부회장이 디지털오션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대출금 상환에 따른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며 “강 부회장이 ‘일시적으로 회사자금을 유용한 뒤 상환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회삿돈을 마치 개인 자금처럼 사용하면서 기업인으로서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디지털오션에 전 대표였던 강 부회장의 횡령·배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강 부회장은 2007년 아버지 강 회장과 동아제약의 경영권을 놓고 다투다 패한 뒤 자신이 보유한 동아제약 지분을 전량 처분하고 디지털 솔루션업체인 디지털오션을 인수했다. 지난해 디지털오션을 통해 우리들제약 인수에 나서면서 제약업계 복귀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중도에 인수를 포기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