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주요국들이 지난해와 올해 계속되고 있는 유로존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서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를 강화해 올 들어 6개월 동안 취한 보호주의적 정책만 400여건이 넘고 이 가운데 G20 국가들의 조치가 82%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보호무역주의는 고율의 관세나 수입쿼터제와 같은 비관세 장벽을 통해 자국 산업의 보호를 목표로 취해지는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말이다. 17~18세기 융성했던 중상주의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무역정책의 상징이었고,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19세기 들어서야 영국을 중심으로 자유무역주의가 등장했다.
1860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체결된 콥덴-슈발리에 조약은 최초의 포괄적 근대 자유무역주의 협정으로 이를 통해 세계경제체제가 형성·발전되면서 세계경제가 크게 성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유럽의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민족주의의 등장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부활했고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1920년대 후반 세계 대공황과 함께 정점으로 치달았다. 그 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다시 미국이 주도한 자유무역을 위한 노력이 진행돼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세계무역기구(WTO) 등 협정과 국제기구가 설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제무역의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 자유무역주의는 항상 강대국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는 점이다. 19세기 영국과 20세기 미국이 그들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늘 여기에 저항하는 속내로 보호무역주의를 품고 왔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보호무역주의는 국제 경제의 위기 상황에서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이는 다시 상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는 점이다. 1870년대 유럽의 공황이 자유무역주의의 퇴조를 불러왔고, 1920년대 말부터 시작된 대공황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무려 60%에 달했다. GTA의 보고서만 보더라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최근의 유럽 재정위기로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다고 하니 이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자유무역주의는 한편으로는 세계경제의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시현해 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대국의 논리로 늘 반대편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유혹을 일으키는 부정적 측면도 있었다. 무역이 경제의 중요한 축이 돼있는 우리로서는 강대국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보호주의의 파고를 잘 헤쳐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하겠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