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의 문화 경영…20년 무료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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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공장 공연으로 시작
이젠 매년 10만명 관람
이젠 매년 10만명 관람
“2교대 하느라 공연장 다닐 시간이 없는 우리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꼭 한번 연주회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71·사진)의 꿈은 1990년 인천에 있는 이건창호 합판공장에서 이뤄졌다. 공장 안에 있던 기계들을 밀어낸 자리로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호른을 손에 쥔 다섯 명의 체코 아카데미아 목관 5중주단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조차 없는 직원들에게 일터에서 흘러나온 목관악기의 부드러운 선율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작은 공장에서 시작된 이 음악회는 20년 넘게 이어졌다. 회사 식구들을 위해 열던 공연이 서울과 지방 각지를 도는 음악회로 변신, 해마다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찾는 대형 음악회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헝가리 금관 5중주단, 다르장 플루트 3중주단, 웬델부르니어스 재즈밴드, 폴란드 체임버 싱어스, 미국 로드 아일랜드 색소폰 4중주단, 체코 프라자크 현악4중주단, 체코 베네비츠 현악4중주단 등이 연주했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이건음악회는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인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브라스 앙상블 12명을 초청했다. 1950년대 창단한 베를린필 내 가장 오래된 실내음악 단체다. 28일 부산을 시작으로 고양아람누리(29일), 서울 예술의전당(30일), 광주 예술회관(7월2일), 인천 예술회관(3일)에서 공연한다.
내달 1일은 ‘이건가족의 날’. 인천에 있는 이건 본관에서 이건 임직원과 가족만을 위한 연주회 자리를 마련한다. 이날 인천 혜광학교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초청, 연주자들이 1 대 1로 지도하고 협연하는 마스터클래스도 연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을 지내기도 한 박 회장은 “기업이 문화예술 메세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수록 직원들의 자부심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건음악회 기간에 직원들은 티켓 배포, 인쇄물 제작, 공연장 관리, 좌석 배정 등을 하겠다며 자발적으로 나선다.
모든 공연은 무료다. 입장권은 이건창호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받은 사연을 기준으로 추첨한다. 김영신 이건산업 경영지원팀 차장은 “작은 음악회로 시작한 공연이 이제 공연 때마다 객석 수의 2배 이상 신청이 들어오는 음악회로 성장했다”며 “이제는 직원들 모두 자부심을 느끼고 서로 먼저 나서서 발로 뛰고 싶어하는 대표적인 행사가 됐다”고 자랑했다.
음악회 기간에는 이건산업이 조림사업을 하는 솔로몬군도에 의류 운동화 생필품 등을 전달하는 희망 나눔 행사도 곁들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