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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청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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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탓만 해선 변하는 것 없어
    위기에 대처하는 태도가 중요

    정문국 < 알리안츠생명 사장 >
    요즘 프로야구를 비롯해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런던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경기들이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에 열광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선수들의 화려한 뒷면에 숨어 있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것도 잔잔한 재미가 있는 것 같다. 흔히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최근 데뷔 5년 만에 첫 승리의 기쁨을 맛본 프로야구 선수나 전통적인 게르만 혈통을 버리고 다문화가정의 선수들로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독일 축구대표팀, 장애인 최초로 올림픽 남자 400m 달리기 출전을 노리고 있는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피스토리우스가 떠오른다. 어려운 장벽을 넘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요즘 유로존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기사가 부쩍 눈에 띈다. 해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이런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국민은 이미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자신감이 있는 듯하다. 결국 환경의 지배를 받기보다는 어떤 사고와 태도를 갖고 위기에 대처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몇 년 전 우리 회사 TV광고에서 사용했던 ‘문제없어’라는 노래가 있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고 기억에 오래 남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광고 송으로 널리 회자된 적이 있다. 필자 또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이 ‘문제없어’라는 말을 마치 주문처럼 되뇌곤 한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자신 있게 일을 추진하면 마치 가짜 약을 먹고도 증세가 호전되는 플라세보 효과처럼 문제가 스르르 풀리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긍정의 효과를 일종의 말장난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근거 없는 막연한 걱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아이아코카의 자서전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지난달에는 무슨 걱정을 했었지? 작년에는?… 그것 봐. 기억조차 못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오늘 네가 걱정하고 있는 것도 별것 아니야. 잊어버리고 내일을 향해 열심히 살자.”

    이제 곧 7월을 맞이한다. 매년 7월이면 독립의 염원을 노래했던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라는 시가 떠오른다. 시인은 알알이 익어가는 청포도를 대한민국의 자유독립을 향한 희망에 비유했다. 그리고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내수 침체로 인한 불경기,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뭐 하나 좋은 소식은 딱히 없지만 주변 환경 탓만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희망의 청포도를 알알이 키워 나간다면 우리 각자가 바라는 손님을 맞을 날도 머지않아 올 것이라 믿는다.

    정문국 < 알리안츠생명 사장 munkuk.cheong@allianzlif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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