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37년 동안 젓갈장사를 하고 있는 유양선 씨(79)는 ‘노랑 젓갈 할머니’ ‘기부 할머니’로 불린다. 늘 노란 옷만 입고 젓갈장사를 해 모은 재산을 어려운 이웃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23억9000여만원어치의 부동산과 현금, 서적 등을 전국 초·중·고·대학교와 양로원, 보육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했다. 각급 학교에 기증한 도서만 3억원어치가 넘는다. 19억4000만원의 대학발전기금을 기부받은 한서대는 ‘유양선 장학회’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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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몇년 전 위암수술과 무릎수술을 받았지만 기부를 위해 오늘도 불편한 몸을 움직인다. 유씨는 “가난 탓에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됐다”며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씨처럼 기부와 봉사로 사회를 밝힌 숨은 공로자들이 포상을 받는다. 정부는 26일 유씨를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자로 선정하는 등 ‘국민추천포상’ 대상자 24명을 확정했다.

국민훈장 목련장은 ‘134㎝의 작은 거인’ 김해영 씨(47)가 받는다. 척추 장애인인 김씨는 초등학교만 마치고 14살의 어린 나이에 식모살이로 가족을 부양했다. 식모생활을 하면서 대입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 공장에서 배운 편물기술을 갈고 닦아 1985년 세계 장애인기능경기대회 기계편물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1990년 아프리카 보츠와나로 건너가 14년간 주민들에게 편물기술을 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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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마을에서 홀로 염소를 키워 모은 1억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한 ‘염소 할머니’ 정갑연 씨(79), 전셋집에 살면서 장애 아동 5명을 포함해 8명을 입양해 기른 ‘여덟아이 엄마’ 강수숙 씨(52), 태평양을 오가며 한국 미혼모를 도운 ‘미혼모의 대부’ 리처드 보아스 씨(63·안과의사) 등 8명은 국민포장을 받는다. 국민포장 수상자 중에는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숨진 고(故) 민평기 상사의 유족보상금 중 1억원을 방위성금으로 기탁한 윤청자 씨(69), 1977년부터 소외계층을 무료 진료한 ‘쪽방촌의 천사’ 고영초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장(59), 실직자와 노숙인에게 보일러 기술을 전수한 이영수 씨(58)도 있다.

부산 해운대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익사한 고(故) 신상봉 씨(39) 등 8명은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노숙인 급식봉사를 해온 김무근 씨(62) 등 6명은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