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라진 어린이집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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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달 들어서는 26일까지도 통계 자료(5월치)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유도 석연치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5월에 4월 말 대비 0~2세 어린이집 등록인원이 2만명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통계치는 이미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 시스템을 개선하느라 공개가 늦어지고 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자료 공개가 안 되는 시점이 미묘하다. 요즘 보육통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지난 3월부터 만 0~2세 아동에 대해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어린이집 등록 아동 수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슈로 떠올랐다.
언론의 관심도 높다. 한국경제신문도 5월14일자 지면에서 ‘아이사랑 보육포털’ 통계를 분석해 보도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0~2세 아동이 무상보육 실시 2개월(3~4월) 만에 29%(약 16만6000명) 늘었고, 이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 어린이집 등록인원은 90만명을 넘어 정부 예상치(84만~87만명)를 뛰어넘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어린이집 보육비는 정부와 지자체가 대략 절반씩 부담한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늘면 중앙정부가 투입해야 할 예산도 문제지만, 지자체의 재정난도 악화된다. 때문에 지자체들은 “보육비 증가액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라”고 요구하면서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이처럼 모두 숫자에 민감한 상황에서 5월치 보육통계가 안 나오자 중앙·지방 정부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일선 어린이집 종사자들도 무척 궁금해하고 있다.
정부가 제때 공표해야 할 통계를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혹시 껄끄러운 숫자를 감추기 위해 자료 공개를 미루고 있다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