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거래를 악용한 잦은 탈세를 방지하려면 거래대금으로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받을 경우 미국처럼 국세청에 신고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국세행정위원회와 한국조세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세행정포럼 2012’에 참석한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거래 중심의 과세 인프라 확충 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미국 등 선진국들은 고액 현금 거래시 국세청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연구원은 또 “세무조사를 할 때만 금융거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금의 제도로는 탈세 의심 사례를 가려내기가 힘든 만큼 세무당국이 조사 대상자 선정 단계에서도 금융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1985년 시작한 ‘고액 현금수취 보고제’는 1만달러 이상을 현금으로 받은 사업자, 또는 거래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거래일로부터 15일 이내에 국세청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금 거래시 액수에 상관없이 신고할 의무가 없다. 때문에 납세자 개인의 소득자료만을 근거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의심이 가는 사례에 대해서만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하는 등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함께 오윤 한양대 법대 교수는 국내 세정의 취약점으로 현금거래, 역외 탈세, 부의 무상 이전 등을 꼽았다. 오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명계좌 실소유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금융계좌 명의인에 대한 소유권 추정 조항 신설,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자에 대한 부정신고 가산세 40% 부과 방안 등을 제시했다.

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은 “금융 중심 과세 인프라 구축과 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대응이 조세행정의 핵심이 되고 있다”며 “다만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개인정보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 마련도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