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감 는다고 불평하는 노조
현대자동차가 해외에서 주문물량이 크게 늘어난 에쿠스와 제네시스 차량에 대한 생산확대 계획을 세웠지만 노조의 반발로 두 달째 제동이 걸리고 있다.

현대차 울산 5공장 노사는 지난 4월 ‘맨아워 협의’(시간당 완성차 생산대수와 투입인원에 대한 노사협상)를 통해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생산대수를 시간당 13대에서 17대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생산대수를 늘리기 위해 투입돼야 할 인력규모 산정을 둘러싼 노사간 이견으로 24일까지 두 달이 넘도록 생산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다.

5공장 내 차체, 생산관리, 보전 부문에 속해 있는 노조 대의원들은 회사 측과 인원투입에 잠정 합의점을 모은 상태다. 하지만 의장라인과 품질관리, 도장 부문에 속해 있는 노조 대의원들은 “지금도 노동강도가 세다”며 회사 측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장라인의 경우 회사와 5공장 노조가 82명과 136명으로 맞서고 있다. 도장부문 대의원 5명은 아예 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단체협약에는 신차생산 맨아워 협의와 생산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옮기는 물량이관, 근로자를 다른 부서로 옮기는 전환배치는 소속 대의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시행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고급차 판매를 늘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현대차가 8년여 만에 처음 실시한 생산직 정규 신입사원 채용의 합격자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생산공정 자체가 첨단 기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대로 인력을 늘리게 되면 기업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노조 설득에 나서고는 있지만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맨아워 협상으로 차량 양산이 지연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신형 i30 양산을 놓고, 지난해 초에는 신형 엑센트와 벨로스터 양산을 앞두고 2개월 이상씩 양산이 늦춰졌다.

울산공장의 ‘편성효율’(적정인원을 실제인원으로 나눈 값)은 평균 50%대로 알려져 있다. 50명이면 차를 만들 수 있는 생산라인에 100명이 일한다는 얘기다. 베이징 현대(87%)와 비교해도 훨씬 낮다. 유럽발 경제위기로 세계 자동차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다행히 현대차는 아직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노사가 똘똘 뭉쳐 이런 호기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하인식 기자 < 울산/지식사회부 hai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