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할 때 클럽은 14개 이내로 제한된다. 이를 어기면 규칙을 위반한 각 홀에 대하여 2벌타를 준다. 다만 최대 4벌타까지 부과한다. 실수의 대가치고 4벌타는 감당하기 어려운 불이익이다.

그래서 였을까. 지난 22일(한국시간) 독일 쾰른의 구트뢰첸호프GC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BMW인터내셔널오픈 첫날, 한 캐디가 아무도 모르게 15번째 클럽을 숲에 버리다 발각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호세 마누엘 라라(스페인)의 캐디인 마티아스 빈슨(아르헨티나)은 경기를 시작한 뒤 두 번째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클럽이 1개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첫 번째 홀과 두 번째 홀에서 꼼짝없이 4벌타를 부과받아야 할 상황. 순간 그의 눈에는 티잉그라운드 옆에 있는 깊은 숲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라라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다.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티샷을 마치자 빈슨은 소변을 보는 것처럼 숲속으로 들어갔다. 라라와 동반자인 피터 헤드블롬(스웨덴)은 이미 페어웨이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동반자 대미언 맥그레인(아일랜드)은 빈슨의 행동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맥그레인은 “보통 소변을 보려고 숲속으로 들어갈 때 골프백을 들고 가는 사람은 없다. 미심쩍은 행동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불행하게도 예상이 맞았다”고 말했다. 빈슨이 1개의 클럽을 빼내 버린 순간 맥그레인은 “당신 지금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 빈슨은 당황해하며 “잘못했다. 나쁜 짓을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하며 허둥지둥댔다.

그는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맥그레인은 경기위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규정대로 첫 번째와 두 번째 홀에서 각각 2벌타를 부과했다. 라라는 그 사실을 모른 채 플레이를 해 3언더파 69타를 쳤으나 18번홀을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전 경기위원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4벌타를 반영한 73타의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

사건이 일단락된 줄 알았던 맥그레인은 그날 밤 늦게 라라가 실격처리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경기위원들은 4벌타를 부과한 뒤 모여 회의했다. 이후 존 파라모 유러피언투어 경기위원장은 “캐디의 행동은 심각한 에티켓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라라에게 실격을 선언했다. 라라는 빈슨에게 다음 대회에서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아 사실상 해고했다.

이와 비슷한 일이 2001년 브리티시오픈 때 있었다. 당시 이안 우즈넘은 로열리덤&세인트앤스GC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캐디 마일스 바이른은 2번홀에서 1개의 드라이버가 더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행히 우즈넘이 티샷을 하기 전이라 2벌타만 받았다. 티샷을 했다면 4벌타를 받을 뻔했다. 그는 우승자 데이비드 듀발에게 4타 뒤진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