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운동장’ ‘자동차 급발진’ ‘현금수송차 김여사’.

인터넷에 올라 큰 반향을 일으킨 자동차 사고 동영상이다. 얼마 전에는 국내의 한 5차선 도로에서 일어난 쏘나타와 마티즈의 충돌 사고 영상이 화제가 됐다. 충돌 후 마티즈가 공처럼 튀어나가 전복되는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주행자료 자동기록장치) 영상은 6일 만에 64만8000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요즘 경찰관들은 교통사고가 신고되면 현장보다는 블랙박스 동영상부터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차량용 블랙박스 보급이 늘고 있다. 교통사고 순간의 상황을 입증할 수 있어 운전자들의 관심이 높다. 블랙박스를 상시전원 연결 방식으로 설치하면 ‘주차테러’(주차된 차량을 흠집내거나 파손하는 행위) 범인을 잡아내기 쉬워진다.

산업조사 전문기관인 IRS글로벌의 ‘2012 블래박스 시장전망’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용 블랙박스 시장은 2008년 6만5000대(130억원)에서 지난해 100만대(2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200만대(3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수백여개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팅크웨어(아이나비 블랙) 파인디지털(파인뷰) 피타소프트(블랙뷰) 큐알온텍(루카스) 등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다. 대기업으로는 현대모비스(HDR-1700)와 한라그룹 계열 마이스터(만도 BN200) 등이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제품 성능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저가형(VGA 화질)에서 고가형 HD(고화질) 제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후방 영상을 모두 기록하는 2채널 제품(카메라 2개)도 늘고 있다. 블랙박스의 SD카드를 내비게이션 SD카드 슬롯에 장착하면 동영상 플레이어를 통해 사고 순간 녹화된 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주차 중 사고영상까지 기록해주는 주차감시기능(모션디텍터) 탑재 모델도 인기다. 모션디텍터는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주변의 움직임과 위험을 감지한다.

가격은 10만~30만원대로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5만~6만원에 살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저장 용량이 작고 화질이 떨어져 바로 앞 차량의 번호판이 안 보이기도 한다”며 “8기가바이트(GB)급의 저장용량과 HD 화질을 가진 10만~15만원대의 제품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