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바람을 즐겨라.’

30도를 웃도는 여름, 한낮의 열기를 식히고 싶다면 한강으로 나가자.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윈드서핑을 하다 보면 어느새 더위가 싹 가신다. 22일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서 윈드서핑의 기초를 배웠다.

○30분이면 기본기 OK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의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는 새로운 세상이다. 여유롭게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외국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서핑 보드와 세일을 마주하는 순간 멋지게 탈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강물을 얼마나 마셔야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교차한다. 1일 강사로 나선 장대석 CA글로벌 실장은 “어느 정도 운동신경이 있는 사람이라면 30분만 배워도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돋워준다.

기본 장비는 물에 뜨는 보드와 바람을 이용하는 세일로 나뉜다. 보드는 겨울철에 즐기는 스노보드와 비슷하다. 면적이 넓고 부력이 커서 초보자도 쉽게 올라설 수 있다. 기둥인 마스트에 끼우는 세일은 보드와 연결돼 있다. 업홀라인이라는 줄을 당겨 세우면 바람을 받는다.

보드를 띄워놓고 물 속에 들어가니 시원한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진다. 보드 가운데에 서서 중심을 잡은 뒤 업홀라인을 당기니 세일이 올라온다. 물에 젖은 세일은 생각보다 무겁다. 힘을 줘 세일을 일으켜 세우는가 싶었는데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반대편으로 자빠진다. 장 실장은 “허리를 세운 뒤 무릎과 발목을 세우면서 중심을 잡고 일어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용기를 내서 다시 한번 도전. 출렁거리는 물결에 자연스레 올라타면서 허리를 편 채 줄을 잡아당긴다. 다리는 후들거리지만 균형을 잡고 세일을 들어올리는 데 성공. 세일 방향을 조절하면서 가로질러 있는 봉인 붐을 잡으니 바람을 안은 보드가 앞으로 나간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세일을 앞뒤로 조정하니 보드가 방향을 바꾼다. 미풍이 물에 젖은 몸을 시원하게 어루만져준다. 처음 세일보드를 봤을 때는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한강 한가운데까지 미끄러지듯 달린다. 갑자기 튀어오른 팔뚝만한 숭어도 축하한다는 표정이다.

○4일 개인강습 30만원

윈드서핑의 매력은 속도감에 있다. 경력 8년의 장 실장은 “윈드서핑은 탁 트인 물 위에서 온몸으로 속도감을 느끼기 때문에 체감속도가 시속 30~40㎞나 된다”고 말했다.

윈드서핑을 배우려면 보드에서 균형을 잘 잡고, 세일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숙련자 소리를 들으려면 바람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숙련된 서퍼는 거친 바다에서 파도타기도 즐길 수 있다.

경제적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기본기를 익힐 수 있는 1일 강습은 장비 대여비를 포함해 6만원. 전문강사에게 4일간 1 대 1로 배우는 개인강습은 30만원이다. 4일 강습을 마치면 혼자서도 한강 건너편까지 갔다 올 수 있다.

입문자들은 중고 장비면 충분하다. 어느 정도 실력을 기른 뒤 새 장비를 장만하는 게 좋다. 보통 150만~200만원 정도면 장비 일체를 살 수 있다.

뚝섬 쪽에 여러 곳의 윈드서핑장이 있다. 망원지구에는 윈드서핑을 배울 수 있는 곳이 CA글로벌 한 곳뿐이다. 여유롭게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어 좋다. 강습 없이 혼자 즐기는 데는 시간당 2만원이다. (02)337-6663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