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을 지지하는 신민당이 승리했지만 안도할 겨를도 없이 스페인 국채금리가 7%를 웃돌아 역대 최고치로 뛰었고, 이탈리아로 그 위기가 옮겨붙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불협화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데다 G2(미국, 중국)의 부진한 경기지표까지 발표돼 글로벌 경기우려가 약세장을 관통했다.

'G3(미국, 중국, EU)' 문제의 해법이 될 그랜드 플랜은 정말 나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다음주 EU정상회의를 일차적으로 겨냥하고 있고, 내달초 유럽 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7월 중순 중국의 2분기 실질 GDP 발표 이후가 해법의 등장 순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경기 우려는 유로존 위기 해결시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재홍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2일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 지표가 잇따라 부진한 성적표를 내놔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기존주택매매건수는 전월비 1.5% 감소한 455만건을 기록했다. 매매 중간가격이 7.9%나 상승하며 2010년 6월 이후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으나, 재고소진일수가 증가하면서 주택지표의 회복세가 느리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것. 제조업 경기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6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16.6을 기록해 전월(-5.8)보다 감소폭이 확대되었다.

유로존 6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44.8을 기록해 전월(45.1)보다 부진했고, 중국 HSBC PMI도 48.1을 기록해 전월(48.4)보다 떨어졌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고, 5~6월 중국 PMI가 계절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가 급락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실물경기 회복 속도는 매우 완만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요 중앙은행은 유동성 공급 압력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유럽의 조속한 대책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이 지체된다면 안전자산 선호가 다시 부각될 수 밖에 없다"라고 경계했다.

일단 오는 28~29일로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분명 중·장기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봐야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

홍정혜 신영증권 채권전략 담당 연구원은 "성장보다 긴축만 강조했던 독일식 해법이 별다른 효가를 내지 못하고 유로존은 지쳐가고 있다"며 "성장을 강조한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의 당선, 반 긴축을 내세워 그리스에서 제 2당으로 부상한 시리자당 등 유로존 내 반(反)독일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독일이 더 이상 긴축을 강요하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는 최근 독일 금리가 위험국 금리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점에서 관측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독일과 그 외 유로존 국가 간 대립의 결과로, 독일이 일부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단기적으로 스페인 국채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해법으로는 유로본드 또는 유로안정화기구(ESM)의 무제한 국채 순매수 및 ESM에 은행 면허 부여를 통해 2~3조 유로 규모의 ECB 레버리지 허용 등이 꼽혔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ESM의 스페인 국채 매입 허용이 사실상 스페인 국채 위기를 잠재울 수 없다"며 "스페인 국채 위기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ESM의 스페인 국채 매입 허용 여부가 아니라 ESM의 국채 매입 여력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현실적으로 프랑스 신임 총리가 인정했듯 유로본드의 도입이나 ECB의 무제한 국채 순매수는 리스본 조약 규정과 유로존 개별 국가의 국민투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 처방이 될 수 없다"며 "따라서 유로존 위기의 최종 방화벽은 ESM에 대한 은행 면허 부여"라고 말했다.

G2 중 하나인 중국 경기의 하락 우려도 오히려 정부를 압박,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HSBC 제조업 PMI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아 수출보다 내수경기를 대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6월 지수의 전월비 하락은 5월 지준율 인하와 6월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경기의 침체가 6월에도 지속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국 정책당국으로선 경기부양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고, 7월 중순 2분기 실질 GDP 발표를 전후해 지준율 및 정책금리 등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성연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소비부양 정책 효과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재차 높아지고 있지만, 경기부양 효과는 하반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연중 2분기가 경기 바닥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투자와 소비 산업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2분기 중앙정부 승인 프로젝트 건수 증가, 6월부터 가전 보조금 정책 효과로 판매량 증가, 자동차 추가 보조금 정책 출시 가능성 등이 모멘텀(상승동력)"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