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값싼 제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던 모습은 물론 쿠폰 뭉치를 들고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느라 계산대 앞에서 뒷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던 풍경도 오래전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에 감탄하곤 한다. 하지만 근거리 비접촉식 무선통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로 펼쳐질 변화는 혁명에 가깝다.

#고객 관점의 혁신적 부가가치 창출

모바일 결제 기술 발달로 소비자는 온라인에서는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결제가 한층 편리해졌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있어 큰 혜택을 받았다. 이 같은 모바일 결제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바일 결제는 통신사와 금융사 중심의 모바일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앞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의 무게 중심은 여러 산업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NFC로 이동해 갈 전망이다.

NFC는 통신사 의존도가 높지 않아 활용이 쉬운 측면이 있고, 네트워크 및 금융 인프라 완성도가 높지 않은 국가에서도 널리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NFC의 잠재성은 여러 산업 분야의 연계로 고객 관점의 혁신적 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NFC 모바일 결제 기술의 발달은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비접촉식 POS(Point of Sales) 결제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거래와 티켓 발행, 포인트 및 쿠폰 관리, 위치 기반 제품 마케팅, 보안키 기반 개인 인증을 통한 빌딩 출입 관리와 스마트카 운행 등 다양한 형태의 부가서비스 모델의 통합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


#협업모델의 다양·차별화가 핵심

NFC 스마트 서비스 시장에서 성공 관건은 파트너들과 얼마나 효과적인 ‘에코 시스템’을 구성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다양한 부가가치 서비스의 개발·운영과 파트너십 관리(거버넌스 역할)를 담당하는 신뢰서비스관리인 TSM(Trusted Service Manager)을 중심으로 통신사, 유통사, 금융사(은행·카드), 지불결제 네트워크, 핸드셋·NFC칩 제조사,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등이 이미 에코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간의 협업이 각 산업에 가져다 줄 수 있는 파급효과는 크다.

예를 들어 금융사의 경우 금융 거래량 증대를 기반으로 서비스 확대와 연계판매 촉진이 가능하며, 매출전표 매입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신규시장 진출과 고객 충성도 강화 등도 가능해진다. 통신사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를 통한 가입자 당 통신이용료(ARPU) 증대는 물론 이를 통한 모바일 콘텐츠 연계 판매와 청구 소요비용 감축, 새로운 매출채널 확보와 신규 고객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유통사로서는 제품 구매 및 지불 결제에 대한 편의성 증대, 거래 처리 시간 및 유지비용 절감, 마케팅 기획을 위한 다량의 고객 데이터 확보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고객 편의를 위한 혁신적 부가가치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이때 각 기업들은 자체 보유 역량 및 외부와의 협업 시너지를 전략적으로 고려해 스스로가 신뢰서비스관리자(TSM)로서 서비스 개발 및 운영을 주도하기도 하고, 에코 시스템 내 한 참여자로서 포지셔닝하기도 한다. 선진 기업의 추진 사례들은 서비스 개발 및 운영의 주체(TSM)가 누구인가에 따라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유형은 구글의 통합서비스 주도형이다. 이는 다양한 부가가치 서비스를 자체 개발, 운영하는 유형이다. 구글은 쇼핑 시 소비자에게 지불결제, 적립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자 단일 결제 솔루션 기반의 표준화를 지향하는 전자지갑 서비스 구글월릿(Google Wallet)을 출시했다. 지불결제 외에도 보안키, 티켓, 포인트 및 마일리지 관리 등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스프린트, 씨티, 마스터, 퍼스트데이터 등 주요 협력 업체들과 함께 공조체제를 확립 중이다.

특히 단일 결제솔루션 적용을 원하는 주요 유통기업들이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메이시즈 블루밍데일즈, 토이저러스, 라디오샥, 아메리칸이글, 챔스 스포츠, 풋로커, 게스, 잠바주스, 베이글, 서브웨이 등이 그 예다. 자신들의 유통 POS 시스템과 구글월릿을 연계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신용카드, 선불카드 등을 통해 제품·서비스를 구매·결제하고 프로모션이나 로열티 포인트를 생성 관리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통합서비스는 참여 기업들에는 고객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 기회를 제공한다. 고객에게는 최적화된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 충성도에 대한 포인트 보상 등 극대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두 번째 유형은 호주뉴질랜드은행(ANZ) 같은 특화서비스 주도형이다. 특정 서비스를 전문화해 자체 개발 운영한다. ANZ는 전문 앱 개발 업체와 공동기획해 자사의 모바일 월릿과 연동되는 플라스틱 포크(Plastic Fork)란 앱을 선보였다. 플라스틱 포크는 고객이 신용카드나 개인 정보를 제시할 필요없이 식당에서 주문 및 결제를 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간단한 앱 구동으로 테이크아웃 음식을 포함한 모든 메뉴를 제공받고, 가입 음식점 입장에서는 고객 방문 확대는 물론 주문·결제 업무에 대한 효율화를 달성함으로써 만족도 높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마스터카드의 참여형 특화서비스도 돋보인다. 특정 서비스를 전문화해 서비스 주도 업체에 제공하는 유형이다. 마스터카드의 경우 모바일 결제 서비스 자체를 제공하기보다는 서비스의 접속을 통제·관리하는 서비스 운영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의 생태계와 다양한 부가서비스들이 좀더 구체화될 때까지 NFC 같은 모바일결제 서비스의 실행주체보다는 이런 모든 방식을 지원, 통제하는 역할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는 무선자동등록시스템인 MOTAPS(MasterCard Mobile Over-the-Air Provisioning Service)를 통해 고객이 보유한 직불카드 계정을 NFC 탑재 핸드폰에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디지털 보안솔루션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인 젬알토와 협력해 심(SIM) 카드로 개인보안 인증을 제공하는 NFC 제휴 앱을 출시, 보안 핀넘버와 카드 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해 모바일 계정관리와 모바일 거래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스트바이와 J.C.페니는 새로운 참여형이다. 서비스 주도업체에 의해 이미 개발돼 있는 다양한 기능의 부가서비스를 참여자로서 활용하는 유형이다. 베스트바이는 고객 로열티를 증진시키고자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뉴욕, 산호세, 시카고 등의 187개 매장에서 오프라인 매장 고객을 대상으로 숍킥(Shopkick)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숍킥은 저주파를 이용해 고객의 상점 방문을 인지하는 ‘워크인(Walk-in)’ 앱을 최초로 개발, 운영한 회사다. 최근 많은 제휴 유통사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숍킥의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고객이 가맹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서면 곧바로 쇼핑 시 이용할 수 있는 ‘킥벅스’라는 가상화폐가 체크인의 대가로 지급된다. 매장 POS 시스템과의 연동으로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을 제시하거나 고객이 특정 상품의 바코드를 인식할 경우 보너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같은 방식은 쿠폰이나 메일보다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데 훨씬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증명됐으며, 존 톰슨 베스트바이 최고경영자(CEO)는 앱 출시 이후 홈페이지 접속자 수가 650만명에서 1700만명으로 증대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J.C.페니의 경우도 할인 쿠폰 프로그램을 프로모션하고자 셀파이어라는 앱을 이용하고 있다. 셀파이어는 우편번호를 집어넣으면 해당 지역 내 매장에 대한 할인 정보 및 쿠폰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소비자 핸드폰으로 전송해주는 서비스다. J.C.페니는 셀파이어를 통해 소비자가 쿠폰을 자신의 핸드폰으로 다운받아 계산대 POS 화면에서 확인하고 즉석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J.C.페니의 마케팅 임원(CMO)은 셀파이어를 활용하면 프린트 쿠폰을 일일이 챙기고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 고객의 편의성 및 쇼핑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NFC 활성화의 도전과제

하지만 NFC가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과 기회들을 소비자가 현실에서 충분히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걸림돌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우선 NFC 솔루션(플랫폼·앱)의 표준화 문제다. 각 기업 간 기술 공유 수준 증대를 통한 솔루션의 개방성 강화가 요구된다.

둘째 최종 사용자인 소비자의 NFC 채택 속도가 완만하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고객 지향적인 부가가치 서비스의 다양화 및 편의성 증진을 통해 NFC를 대중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 유통사들의 NFC 적용 수준이 미미하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NFC 도입을 결정하려면 신규 부가서비스에 대한 재무적 타당성을 먼저 입증할 수 있어야 하며, NFC 적용을 통해 판매량 증진 및 투자·비용 합리화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각 참여 기업에 대한 명확한 가치제언이 정의될 때 NFC 확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유통업체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운영모델의 구체화 및 차별화가 필요하다. 유통업체들은 신용카드, 지불결제 처리업체의 청구 과다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NFC 모바일 결제 에코시스템 및 밸류체인의 복잡성은 전체 서비스 수수료 산정은 물론 참여업체의 역할별 수익 분배구조의 모호함까지 야기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최적의 협업 및 수익분배 모델을 우선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김도엽 <언스트앤영한영 전략컨설팅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