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원자력 관련법에 ‘안전보장 목적’을 추가, 핵의 군사적 이용을 위한 길을 터놓았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일본의 핵무장과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우려가 대내외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도쿄신문은 21일 “일본 의회가 여야 협의를 통해 ‘원자력의 헌법’으로 불리는 원자력 기본법의 기본방침을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의회는 원자력 기본법 2조에 ‘원자력 이용의 안전확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및 재산의 보호, 환경보전과 함께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항목을 추가했다.

원자력 기본방침 변경은 34년 만이다. 일본은 1968년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고, 도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화 3원칙을 발표했다.

법안 수정을 주도한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자민당 의원은 “일본을 지키기 위해 원자력 기술을 안전보장의 관점에서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개정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최초 노벨상(물리학상) 수상자인 고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등이 창설한 지식인단체 ‘세계평화 호소 7인 위원회’는 “실질적인 군사 이용의 길이 열릴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국익을 해치고 재앙의 화근을 남겼다”는 내용의 긴급호소문을 발표했다.

일본은 ‘핵 재처리’를 할 수 있는 세계 3위의 원전대국이다. 사용 후 핵연료에서 핵폭탄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작년 9월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총 30t이다. 핵폭탄 한 개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플루토늄이 2~3㎏가량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1만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셈이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정부로서 원자력을 군사적으로 전용한다는 생각은 일절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원자력기본법 개정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일본이 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인 만큼 핵무장을 비롯한 군사적 목적의 핵 이용은 금지돼 있다”며 “실제 적용 방향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면밀히 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