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결과 발표를 미뤘다. 표면적으로는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한다는 이유지만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부가 권력을 이양하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사망 임박설까지 겹치면서 정국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1일 이집트 선관위는 이날 예정돼 있던 대선 결선투표 결과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추후 발표 일정도 내놓지 않았다.

선관위는 발표 연기가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결선투표에 올랐던 모하메드 무르시와 아흐메드 샤피크 후보 진영은 상대방이 부정선거를 했다며 총 400여건의 부정선거 사례를 선관위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템 바가토 선관위 사무총장은 “조사를 위해 부득이하게 결과 발표를 미뤘고 현재 당사자들의 진술을 듣고 있다”며 “조사가 끝나야 최종 발표 시점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의 해명에도 군부가 발표 연기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선이 유력한 무르시와 그를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와 정치적 대립관계다. 군부가 권력을 넘기지 않으려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집트 헌법재판소는 최근 의회 해산을 명령했고 군부는 군통수권, 입법권, 예산권 등을 군부의 권한으로 규정한 임시헌법을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군부가 권력을 정당한 승자에게 이양한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군부 시위가 확대될 조짐도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이집트 민주화 시위의 중심지인 타흐리르 광장에서 열린 수만명 규모의 시위를 주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군부가 권력을 이양할 때까지 무기한 시위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