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윈도폰 서밋’을 열고 새 모바일 운영체제(OS) ‘윈도폰8’을 공개했다. 윈도폰 책임자인 조 벨피오레 부사장이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윈도폰8을 소개했다.

벨피오레 부사장은 노키아 삼성 화웨이 HTC 등 4개 메이커가 연말께 윈도폰8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윈도폰8은 모바일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윈도폰에 ‘올인’하고 있는 노키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모바일’이 아이폰(iOS)에 밀리자 2010년 10월 ‘윈도폰7’을 새로 선보였다. 그러나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져 2%대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8 핵심 기술을 윈도폰8에 적용, ‘윈도 에코시스템 통일’에 한 걸음 다가섰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윈도8을 탑재한 ‘서피스’ 태블릿도 내놓았다. PC와 태블릿을 윈도8으로 묶고 스마트폰에는 윈도8과 가까운 윈도폰8을 탑재한다면 프로그램 호환성이 높아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렇게 하기 위해 과격한 조치를 취했다. 윈도폰7과 8을 단절시켜 윈도폰7이나 윈도폰7.5(망고)를 윈도폰8으로 업데이트해 주지 않기로 했다. 윈도폰 고객을 화나게 할 만한 조치다. 게다가 윈도폰7.5마저 업데이트를 안 해준다면 윈도폰8이 나올 때까지 윈도폰 판매가 급감할 가능성도 크다.

윈도폰8은 기능 측면에서 놀라울 만한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벨피오레가 꼽은 8가지 특징 중 절반은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에 이미 적용된 기술이다. 듀얼코어를 지원한다지만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쿼드코어까지 나간 상태다. 근접무선통신(NFC)을 통한 무선파일 공유 및 모바일 결제, 월렛(지갑) 등도 안드로이드폰에서는 흔하다.

스타트스크린을 취향대로 꾸미게 한 것은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타일 형태의 스타트스크린은 윈도폰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특징이다. 윈도폰8에서는 타일의 크기·색상·위치를 맘대로 바꿀 수 있다.

기업용 기능(오피스 프로그램 탑재, 기기 원격관리) 강화, 인터넷 익스플로러 10과 노키아 지도 탑재 등은 강점이긴 하나 놀랄 정도는 아니다.

벨피오레 부사장의 기조연설 도중 아이폰 음성개인비서 ‘시리(Siri)’와 비슷한 기능 시연도 있었다. 윈도폰 앱(응용프로그램)을 말로 작동하는 기능이다. 이에 대해 장명길 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이제야 시리를 쫓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평했다.

윈도폰 진영이 약해진 점도 윈도폰8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한다. 연말께 윈도폰8 탑재 폰을 내놓을 메이커는 노키아 삼성 화웨이 HTC 정도다. 이 가운데 선봉장인 노키아는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고 삼성과 HTC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핵심이다. 화웨이가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폰8에 윈도8 기반 기술을 적용한 것은 PC시장 주도권에 의존해 모바일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전략이다. 의도대로 된다면 애플·구글보다 먼저 ‘컴퓨터·태블릿·스마트폰’의 갈라진 생태계를 연결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자와 소비자들이 순순히 따라줄지는 의문이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