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고 낮이고 물’결이 온다,/조국의 남녘 바다 원한에 찬 물’결이/그리워 그리운 북으로 온다.//남이고 낮이고 물’결이 간다/조국의 북녘 바다 거센 물’결이/그리워 그리운 남으로 간다,/울릉도로 간다, 인천으로도 간다.’(‘조국의 바다여’ 중에서)
이 시 마지막 부분에는 재북 시인이었던 백석이 북한 내 정치투쟁에서 밀려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박정희 군사 파쑈 불한당들을 천 리 밖, 만 리 밖에 차던지라’는 식이다. 김문주 교수는 “문학의 예술성을 강조해 교조적 사회주의 문학을 주장하는 세력들에 의해 숙청됐던 그가 복권되기 위해 지었던 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새로 발견된 산문 네 편 중 ‘문학 신문 편집국 앞’ ‘관평의 양’은 백석이 양강도 삼수군 관평리의 협동조합으로 추방된 직후 쓴 글. 북한 내에서 ‘아동문학 논쟁’이 벌어지자, 그는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아동문학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관평리의 양치기로 쫓겨났다. 그 후 복권되기 위해 ‘붉은 작가’의 정체성을 강조한 글이 이 산문들이다.
‘서정시학’ 주간인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사회주의 체제의 부자유 속에서 자신이 해왔던 문학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사회에서 백석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