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인 LAMD사를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에 인수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콘트롤러 회사를 사들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이탈리아의 업체인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하는 등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잇단 인수합병(M&A)과 합작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LAMD(Link A Media Devices)사 인수를 위해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공시를 통해 발표했다. 이 회사는 순수 연구원만 15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연구개발(R&D) 전문 회사로 SK하이닉스는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약 2억5000만 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솔리드스테이츠드라이브(SSD) 등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각종 부품을 만들 때 필수적인 콘트롤러를 개발하는 업체다. 시스템반도체의 일종인 콘트롤러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저장장치인 낸드플래시를 연계·제어하는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낸드플래시의 속도와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콘트롤러 설계능력이 낸드플래시 업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로 떠오르고 있다”며 “LAMD 인수를 통해 고부가가치 낸드 솔루션 개발을 앞당기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도시바, SK하이닉스 등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은 낸드플래시를 그대로 팔기보다 SSD와 같이 가공해 판매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가공된 형태의 공급이 80%에 육박한다. 장기공급 형태여서 수요도 안정적이고, 부가가치도 높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올 3월 SK그룹의 일원이 된 뒤 다양한 제휴 및 해외 업체 M&A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 4월3일 미국 스팬션사와 양사 특허에 대한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은 데 이어 지난 10일 IBM과 차세대 메모리 제품인 PC램(Phase Change RAM) 공동개발 및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또 12일엔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개발업체 아이디어플래시(Ideaflash S.r.l.)를 인수해 유럽 기술센터로 전환시켰다.

SK하이닉스의 발 빠른 행보는 SK그룹 편입 후 달라진 위상을 반영한다. 최태원 SK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발굴할 것을 주문했고 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가 적극적인 변화에 나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지난해 3조5000억원보다 20% 늘어난 4조2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상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