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력난과 채용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세 가지를 갖추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른바 3C(channel, cluster, culture)입니다. 취업 희망자와 중소기업을 연결해주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을 하나로 묶어야 하며 중기 밀접지역에 젊은이들이 즐길 만한 문화공간을 만드는 일이 필요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중소기업 인력난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19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개최한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중기 인력난은 대졸 취업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탓이며, 이런 ‘미스매치’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좌담회에는 정재훈 지식경제부 차관보(산업경제실장),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 교수(상생협력연구회장), 최병석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부사장, 김영재 대덕전자 사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는 중소기업학회장을 지낸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 교수가 맡았다.

▷김기찬 교수=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인재를 부러워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에선 인재 확보가 어렵다고 한다. 중소기업이 특히 심한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정재훈 차관보=중소기업 40%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청년실업률은 8%다. 심각한 미스매치다. 구직자들이 원하는 임금과 편의시설을 갖춘 중소기업이 없다. 게다가 대학생들의 직장을 엄마들이 결정한다. 자녀들의 적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무조건 대기업만 100개씩 지원하라고 닦달하는 건 문제다.

▷김영재 대표=복리후생 조건을 좋게 해도 중소기업에 오지 않으려 한다.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결혼도 하기 힘들다고 해서다. 그러다 보니 가령 삼성전자 따라 외국에 동반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은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 가전제품이나 휴대폰을 만들 때 중요한 금형사출 기술인력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으로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종욱 교수=글로벌 시대엔 원천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중소기업에도 우수 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은 우수 인력을 잡으려는 노력을 덜하는 것 같다. 이 사람은 꼭 잡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김 교수=전체적으로 수요공급 불일치와 중소기업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먼저 수요 공급이 맞지 않는 원인이 뭐라고 보나.

▷김 대표=나름 잘나가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에게 “왜 대기업으로 가지 않고 여기 있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사장님을 믿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조금만 더 일하면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이 직장 타이틀로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더 심각하다.

▷최 부사장=중소기업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끼는 게 문제다. 회사 부도를 우려하고 내가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그러다 보니 취업재수는 물론이고 3수, 4수까지 한다. 삼성전자 협력사 중에는 핵심역량을 가진 회사가 많다. 또 중소기업 직원들이 재교육을 받고 싶어하는데 현실적으로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

▷김 교수=중소기업들이 우수 인력을 채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 차관보=회사에서 나오면 왼쪽에 커피전문점이 있고 오른쪽에 영화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중소기업은 공단 지역에 있다. 주변에 논밭밖에 없고 회사 입구에 선 개가 짖는다. 시골 집 가는 기분으로 출근하는 건 모두 싫어한다. 그래서 중소기업들도 입지가 중요하다. 문화를 입혀야 하고 사람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 클래식도 듣고영화도 볼 수 있어야 한다.

▷김 교수=중소기업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면 계속 성장해야 하는데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이 교수=대학생들은 대기업에 가거나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 연금과 복지 때문이다. 중소기업에서 20~30년 일하면 대기업 부럽지 않을 복지제도를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보면 어떨까.

▷김 교수=대학생들이 중소기업 정보에 어두운 측면도 있는데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 차관보=지역 단위의 컨설팅 회사가 따로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지역에 내가 갈 만한 곳이 어딘지 알 수 있다. 취업을 지역에서 풀어줘야지 취직하러 서울로만 몰리면 상실감만 커질 수 있다. 지역 단위에서 상담을 잘해주면 실질적으로 채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소기업에 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야 한다.

▷최 부사장=대기업으로서 중소기업 채용을 어떻게 지원해주느냐가 항상 고민이었다. 협력사들이 구직자와 1 대 1 채용을 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7월4일에 ‘협력사 채용한마당’을 열기로 했다. 삼성 관계사 11개와 협력사 130개가 참여해 총 13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단순히 채용을 도와주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협력사에 들어가는 직원들의 입문교육까지 해줄 예정이다.

▷김 교수=이제는 결론을 내야 할 것 같다. 중기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체별로 역할이 있을 것 같다.

▷이 교수=중소기업이 겪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하는 게 자랑스러워야 한다. 지금은 창업해도 나아지는 게 하나도 없다.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커가고 나아가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중소기업 영웅신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하려 할 것이다.

▷정 차관보=구직자와 지방대생의 입장에서 좋은 회사를 알선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구직자들이 평가하고 좋아하는 회사를 서로 추천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기술과 미래, 훌륭한 최고경영자(CEO) 등 3박자가 갖춰진 중소기업에 학생들이 취업할 것이다.

▷최 부사장=중소기업 인력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없다. 꾸준히 거름을 주고 물을 뿌려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나 특정 주체가 할 게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지방자치단체, 학교가 협력해야 한다.

▷김 대표=학생들이 중소기업에 오겠다는 동기 부여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대학이나 정부가 중소기업의 성공사례를 많이 알려줬으면 한다.

정인설/강영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