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잡은 아마추어’ 김효주(17·대원외고2·사진)가 다음달 일본에서 프로로 전향한다. 김효주는 오는 9월 터키에서 열리는 월드아마추어골프팀챔피언십을 마치고 프로로 전향할 계획이었으나 다음달 일본 프로무대에서 전격 데뷔키로 했다.

김효주가 갑작스레 프로행을 결정한 것은 일본 LPGA 이사회 결정 때문이다. JLPGA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산토리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한 김효주에게 “다음달 6일까지 선수 등록을 하라”고 통보했다.

JLPGA 이사회는 원래 김효주에게 ‘토너먼트 플레이어’ 자격을 주기 위해 만 18세 나이 제한을 풀어줄지 여부를 놓고 회의를 가졌다. ‘토너먼트 플레이어’는 프로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일종의 ‘풀시드권’이다. 김효주는 이 자격을 부여받는 순간부터 1년간 일본 LPGA투어에서 뛸 수 있다. 그러나 이사회는 나이 제한을 풀기에 앞서 선수 등록 절차를 먼저 마치도록 요구했다. 아마추어나 JLPGA 회원이 아닌 선수가 우승할 경우 4주 내에 선수 등록을 해야 한다.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거친 뒤 매니지먼트사를 운영 중인 김애숙 프로가 이사회에 참석했다. 그는 19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사회에서는 ‘다음달 6일까지 김효주가 선수 등록 절차를 마치면 나이 제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선수 등록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나이 제한은 프로테스트에 응시할 때만 18세로 정해져 있다. 김효주가 선수 등록을 하고 이사회에서 나이 제한을 풀어주면 바로 다음주부터 1년간 일본 프로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성적에 따라 시드가 결정된다.

김효주 측은 일본에서 프로 데뷔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선수등록을 하지 않으면 일본 시드는 사라진다. 11월 말 올해 챔피언들이 참가하는 투어챔피언십에만 출전할 수 있다. 국내에서 프로로 전향할 경우 시드전을 치러야 하는데 시드전 일정이 투어챔피언십과 겹쳐 이 대회도 나갈 수 없다. 미국에서 활약하다 일본에서 우승한 신지애와 박인비는 선수 등록 절차를 거쳐 일본 시드를 갖고 있다. 이들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여서 별 문제가 없었다.

김효주의 코치 겸 매니저인 한연희 전 국가대표 감독은 “국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면 앞으로 2년간 해외에 못나간다. 하루라도 빨리 큰 무대에 적응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것이 김효주에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효주의 부친 창호씨는 “전적으로 한 감독의 의사를 따르겠다”고 했다.

김애숙 프로는 “일본에서도 김효주의 활약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주니어 선수들에게 큰 자극을 줬다”며 “일본은 올해부터 나이 제한을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나이는 큰 문제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 몇 곳은 김효주의 메인 스폰서를 맡겠다며 적극적인 의향을 밝히고 있다고 한다.

김효주의 일본 프로 데뷔를 놓고 국내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우선 국가대표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대한골프협회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김동욱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위 선양을 한 뒤에 프로가 되도록 권유하겠다. 김효주도 이전부터 그런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최고의 선수를 국내에서 뛰지도 못하게 하고 해외로 내보내게 된 KLPGA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KLPGA는 그동안 아마추어가 우승할 경우 정회원 자격 외에 시드를 주지 않았던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강춘자 KLPGA 부회장은 “김효주의 우승을 계기로 그동안 정회원 자격만 주던 것을 이번 기회에 시드까지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회원이 되면 2년간 해외 진출을 금지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그동안 페널티를 받은 선수들이 많아 폐지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