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굳건했던 실적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지난달까지 앞다퉈 목표주가 올리기에 여념이 없던 증권사들 중 일부가 실적 전망치나 목표가를 내려잡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7개 증권사의 삼성전자에 대한 평균 목표주가는 176만9630원이다. 그리스 등 유럽 관련 우려가 불거지기 직전인 3개월 전 144만3571원보다는 여전히 약 22%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너무 높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다퉈 올려잡기만 했던 목표가를 2개월여 만에 하향한 증권사도 등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195만원에서 170만원으로 내렸다. 앞서 이 증권사는 1월에 15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올린 뒤 3월 165만원, 4월에는 195만원으로 올해에만 총 세 차례 목표주가를 올린 바 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매출 추정치를 기존 50조4000억원에서 49조2000억원을, 영업이익 추정치는 7조1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조정한다"며 "2분기 실적 하향은 모바일 D램 및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 하락에 따라 반도체 사업부문의 실적개선세가 지연되고 있는 점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제품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 증권사 중 최고 수준의 목표가인 200만원을 제시했던 동양증권도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6조6500억원으로 6% 하향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기대 만큼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만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하반월 주력 낸드 플래시 제품(64GB 8G×8 MLC)의 고정거래가격은 직전월(4.41달러)보다 8.39% 하락한 4.04달러를 기록했다. 이 제품은 지난달 상반월 5.36% 하락한 데 이어 한달 동안 무려 13.3% 하락했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전망치의 하향조정은 애초 예상보다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상황에도 메모리반도체 부진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며 "모바일 D램 가격 하락폭이 확대됐고 28나노 수율 개선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원가절감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낸드 플래시 가격 역시 계절적 수요 부진과 임베디드 시장에서의 협상력 약화로 급락세가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동양증권은 목표가 200만원은 유지했다.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지나고 있는 등 3분기 실적개선세는 유효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증권사 역시 여전히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전망과 목표가를 유지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2분기 실적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하지만 이는 추세적인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그리스 총선을 통해 유럽사태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하반기 IT경기 회복과 삼성전자의 이익증가 전망도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