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가 부채 리스크가 불거진 지 2년이 지났지만 유로존 리스크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스 재정 위험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번져 나갔고, 유로존 금융회사의 부실이 늘어나면서 뱅크런 상황도 간혹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데 더해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도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유로존 위기는 경제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정치권이 해법을 쥐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치 문제로 변질했다는 점에서 예측의 영역을 벗어난 상황이다. 그런 만큼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 맞춰 대응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변동성 장세 후에는 유동성 장세 예상

하반기 글로벌 증시에 큰 영향을 줄 만한 또 다른 변수는 이른바 G2(미국, 중국)의 경기 회복 여부다. 먼저 미국을 보면 1분기 회복세를 보이던 고용이 2분기에 악화하면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미국은 경제 성장의 70%가 소비에 달려 있다. 미국 가계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실업 증가로 소비할 여력을 상실한 상태다. 정부의 재정적자 악화로 2013년에는 정부 지출 감소와 급여세 인상이 예정돼 있어 정부가 쓸 카드도 없다.

다행인 것은 기업들의 상황이 좋다는 점이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타려면 고용이 회복돼 소비가 늘어나야 한다. 기업은 고용의 주체다. 미국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15%를 넘어 2007년보다 좋은 상황일 뿐 아니라 현금 보유액도 1조8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과거 경험상 미국 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오를 때 투자와 고용을 늘렸다는 점에서 유럽이 안정세를 보일 경우 민간 부문에서 고용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 정부가 3차 양적완화(QE3)에 들어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글로벌 경기 회복의 유일한 희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기는 최악의 상황을 지나는 모습이다. 투자 감소와 수출 둔화로 산업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중국 정부는 최근 지급준비율 인하를 넘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 경기에서 가장 큰 변동성은 투자 경기다. 경기 상황을 침체에서 성장으로 가장 빠르게 돌려 놓을 수 있는 것 역시 투자 경기 회복이다. 중국 정부가 긴축 완화를 통해 경기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튼 만큼 3분기부터는 점차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이익 규모는 늘어났지만 주가는 과도하게 하락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저평가받는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가 점차 해소되고 유동성이 보강되면 일본, 미국, 독일 국채 등 안전자산은 급격히 매력을 잃고 이머징 마켓 중 가장 크게 주가가 빠졌던 국내 증시에 빠른 속도로 자금이 들어올 것이다. 변동성 장세가 끝나면 국내 증시에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유로존 위기 탈출 여부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상이한 만큼 결론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긍정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되 비관적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대응할 것은 제안한다. 하반기 업종 투자 전략도 이런 점을 감안해 설정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IT업종 주목

일단 하반기 시장 상황을 미국의 완만한 경기 회복과 중국의 투자 경기 회복을 전제로 깔고 그려봤다. 미국 경기 회복의 원동력은 고용 증가가 가져오는 소비 증가다. 미국의 소비가 늘어날 때 대표적인 수혜 업종은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업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소비가 위축됐던 작년에는 일본 대지진에 따른 부품 조달 차질까지 더해지면서 수요 회복이 더디게 나타났다. 하반기에는 그동안 미뤘던 소비가 살아나면서 10%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국내 업체는 원화 약세 덕분에 엔화 강세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일본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줄줄이 나오는 신차에 힘입어 해외 공장이 완전 가동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만큼 미국 소비 회복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IT 소비 증가의 주역은 단연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3를 내놓았고, 애플은 아이폰5 출시 시점을 타진하고 있다. 두 회사가 스마트폰 시장 수요를 창출하며 파이를 키워가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가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출하량이 52%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소비 진작을 위해 가전하향(家電下鄕)과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펼친 데 이어 절전형 가전제품 소비촉진책도 내놓은 상태다.

7월에 열리는 런던 올림픽은 디지털 TV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할 전망이다. IT 업종은 각국 정부의 지원 정책과 신제품 출시 효과도 있는 만큼 하반기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담아둬야 할 업종이다. 게임주는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함께 수혜를 보는 종목이다. 스마트폰용 게임은 결제의 편리성, 게임의 단순성 덕분에 스마트폰 판매가 늘면서 매출과 수익이 돋보이게 증가하고 있다.

○낙폭과대 소재·산업재 눈길

중국의 투자 경기 회복과 관련된 종목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철강과 기계 분야다. 그동안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국내 철강업체들은 물량 증가와 가격 인상 효과에 힘입어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경우 기계산업도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 하락 여파로 이익이 훼손되고 있는 화학 업종의 경우 하반기 중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반기에 주목해야 할 업종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우선 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IT와 자동차에선 눈을 떼지 않는 것이 좋다. 소재와 산업재의 경우 그동안 낙폭이 과도했다는 점에서 저가 매력이 있다. 특히 중국 투자 모멘텀이 살아날 경우 가장 빠른 이익 회복세가 예상된다는 관점에서 하반기 관심을 가져야 할 유망 업종이라고 생각한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sj.oh@hdsr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