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 미국의 더블딥 우려, 중국의 경기 경착륙 우려 등 기본적인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해결에 대한 글로벌 경제주체들의 회의가 거듭되고 있고 시장은 이에 반응해 일희일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현 상황을 단지 불확실성 확대구간으로 보기에는 직면한 사항들의 무게감이 다른 듯하다. 현 경제상황을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검토하고 현재의 시대를 정확히 규명해 앞으로의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고성장시대 후유증 앓은 글로벌 시장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는 골디락스(고성장·저물가)로 대변되는 성장시대를 지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국가별로 비교우위가 높은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글로벌 경제규모를 확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중국 등 신흥시장이 새로운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며 수출주도의 성장을 이끌었고, 자원부국들은 자원의 공급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선진시장들은 소비를 통해 성장을 이끌면서 고부가가치 산업투자에 역량을 집중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경기가 선순환 사이클을 보이며 확장되는 과정에서 민간금융들의 레버리지 역시 확대되며 그 속도를 더하게 됐다.

이런 고성장의 배후에는 과도한 금융 차입(레버리지)과 국가 간 불균형이란 잠재적 위험이 점차 자라나고 있었다. 그 위험이 표면에 노출된 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단기적으로 시장 등락을 예측하거나 직면한 이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현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구조적 변화과정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국가별로 보면 저성장 국면진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먼저 미국의 상황을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격적인 통화정책의 효과로 경기반등에 성공했고 애플과 같은 글로벌 선두기업들의 실적이 최고치에 이르는 등 성과가 나타났으나 이런 실적이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을 구축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유로존 위기 이후에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단기 국채 교환프로그램), 제로금리 유지,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 등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동반되지 않는 한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은 보다 긴급한 국면까지 몰려 있다. 소위 PIIGS국가(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들의 경상수지 적자는 5%를 넘어가고, 국가의 부채비율은 90% 이상으로 자생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재정건전화로 연결되긴 어렵고, 결국 실물경제 부양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출주도형을 내수주도형으로 전환하는 경제구조 변화를 시도해왔는데 그 결과 내수시장 활성화는 제한적인 반면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야기돼 긴축기조로 선회한 바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물가상승률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부양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부동산 가격과 소비심리 위축 등을 감안할 때 부양정책을 통해 단기간에 내수활성화를 유도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경제의 축을 담당하는 주요 국가의 개별적인 상황들과 정책적인 해결책이 상이한 가운데 각 국가들은 내부적 균형발전을 위한 자생적인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주요국들의 시각 차이는 디글로벌라이제이션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진입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축의 시대에 맞는 투자전략은

글로벌 경제구조의 변화는 우리나라의 매크로 요인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이익, 금리, 물가 방향성을 확인해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는 기업이익의 전반적 하향조정과 성장기업의 슬림화와 차별화, 저금리 기조 유지, 상대적 고물가가 용인되는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전략은 우선적으로 현 시대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글로벌화와 함께 진행된 고성장구조에서 수축경제로 대변되는 저성장 시대로의 전환과정에 있다. 저성장 시대에 나타나는 특징들을 분석해 새로운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새로운 투자전략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로 저성장 시대에는 전반적인 자산들의 위험은 증가하는 반면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는 만큼 투자자산의 목표수익률을 낮춰 잡아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포트폴리오에서 위험 자산의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 두 번째, 저성장 시대에는 성장자산의 수가 줄어들고 차별화가 급격히 진행되므로 성장자산, 성장기업을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관리다. 저성장시대엔 하락위험의 증가가 두드러지게 된다. 따라서 자산관리에 있어서 증가한 위험을 보다 체계적인 관점에서 구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락위험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구조화상품, 헤지형상품, 그리고 비중조절상품 등 위험관리상품은 자산운용에 있어 반드시 편입돼야 할 주요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반영해 성장자산과 위험관리자산의 균형을 추구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성장자산과 관련해선 국내기업 중 핵심경쟁력을 보유하고 글로벌 거점화가 완료돼 이익안정성이 담보되는 삼성그룹주펀드를 중심으로 균형성장이 가능한 미국 정보기술(IT)과 독일 제조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일정부분 편입하고, 저성장 시대에 신(新) 성장자산으로 부각되는 20년 만기 장기국채를 통해 자본차익기대를 높이는 전략을 제시한다.

위험관리자산 투자전략으론 높은 고정이자를 확보할 수 있는 브라질국채, 인플레이션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물가채, 고정적으로 쿠폰(표면이자)을 수령하면서 구조적으로 주가변동성 확대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의 편입으로 자산가치 하락위험을 구조적으로 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조완제 <삼성증권투자컨설팅 팀장 wj.cho@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