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겉으로 긍정적인 것 같지만 대부분 소심하거나 비관적인 경우가 많다. 경제학에는 ‘군집행동(herd behavior)’이라는 용어가 있다. 집단 안에서 사람들이 갖게 되는 동질감·이해관계 등으로 의외로 합리적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음을 뜻한다.

지난 5월 이후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유럽 금융위기라는 리스크로 일종의 심리적 공포 속에 노출돼 있다. 합리적으로 생각보면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같은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게 맞지만 위기를 부추기는 듯한 증권사의 각종 자료나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현명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아 언젠가 버블(거품)이 꺼질 수 있어도 더블딥이나 급격한 금융시스템 붕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한다.

그리스 총선 등 유럽 문제는 현재 잘 해결되더라도 중립적 요소이지 증시의 상승 요인은 아니다. 잘되면 본전, 안되면 하락 요인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현 상황을 반전시키는 요건이 될까. 크게 △선진국의 드라이빙 시즌 효과 △하반기 실물경기 개선과 각국의 부양 노력 △주식시장을 둘러싼 각 수급주체의 움직임이 될 것이다.


○판단 1=경제지표의 ‘계절적 개선’ 구간 진입

계절적으로 앞으로 발표될 거시경제 지표들은 시장 예상치를 충족하거나 웃돌 가능성이 높다. 우선 3~4월 이란 사태 등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유가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미국 5월 소비자물가는 3년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중국도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0%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가의 하향안정화는 소비자가 이전보다 소비를 늘릴 수 있음을 뜻한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높이기 쉬워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드라이빙 시즌’으로 불리는 7~8월 휴가철을 앞두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선진국은 상반기와 하반기 소비 비중이 4 대 6으로 갈린다. 드라이빙 시즌을 시작으로 계절적 소비가 확대되는 구간에 들어간다. 한국 등 수출 주력 국가에는 수출지표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판단 2=글로벌 경기불안으로 정부 정책이 시장 친화적으로 변화

거의 5년 만에 유럽 미국 중국 세 개 거대 경제권이 한꺼번에 시장에 유동성을 풀고 있다. 유럽 리스크가 확산 일로에 있지만 다른 지역에선 다양한 부양책들이 거의 매주 단위로 발표되고 있다.

가장 먼저 변화를 선택한 곳은 중국이다. 2007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두 번째로 재정과 통화정책을 같이 사용하는 정책조합(policy mix)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공식 부양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연장과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6~7월께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꾸준하게 재정과 통화정책을 경제성장 쪽에 초점을 맞춰 실시해 왔다. 반면 유럽은 경기가 조금 살아났던 2009~2010년에, 중국은 부동산 가격 급등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2010~2011년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정책을 사용했다. 한쪽은 돈을 푸는데, 다른 쪽은 시중자금을 흡수함에 따라 글로벌 통화 공급은 크게 늘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근 세 개 지역이 동시다발적으로 돈을 푸는 단계로 접어드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의미가 크다.

대부분 국가에서 금리 수준이 워낙 낮아 ‘돈을 푸는 효과가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경기 및 부동산 가격이 저점을 통과하는 시점에서 적극적인 통화정책의 시행과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를 무시할 수 없다.

○판단 3=외국인은 ‘항복(capitulation) 매도’ 국면을 지나

수급의 키를 쥔 외국인 매도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위험이 완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긴 하지만 현재 외국인 매도는 ‘패닉 셀링’을 지나 ‘항복 매도’ 단계여서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경험적으로도 신용위기가 진정된 후 2~3개월 이내에 외국인 매도분은 대부분 재매수됐다. 2009년 이후 크고 작은 이유로 외국인이 주식을 단기적으로 매도했던 세 번 모두 위기가 안정된 이후 2~3개월 이내에 매도분을 전부 다시 샀다. 따라서 올 들어 약 6조7000억원을 매도 중인 외국인들이 위기가 진정되면 단기간 내에 이를 대부분 다시 매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8~9월 2200 중·후반 전망

이 같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코스피지수는 8~9월 중 2200 중·후반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 업종은 철강, 자동차,가전 등이 유망해 보인다. 글로벌 유동성이 보강된다면 철강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높아졌다.

자동차는 선진국에서 드라이빙 시즌이 펼쳐지면서 수요가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IT(정보기술)는 반도체보다 가전 쪽이 더 나은 것으로 판단한다. 반도체는 2분기에 정점에 이르렀지만 가전은 중국의 보조금 지급정책 등으로 TV와 냉장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연말에는 오히려 시장이 약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 각국의 부양 효과가 점차 줄어들고 유럽 위기가 다시 재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부터 강화될 미국의 재정긴축도 시장에는 부정적이다. 11월과 12월에는 한국과 미국에 대통령 선거도 예정돼 있다. 정책에 대한 불투명성으로 대선은 주식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트리클 다운’(낙수 효과)이 약해지고 있다. 즉 대기업이나 선도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중소기업이나 하위기업으로 이익 배분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부터 심화된 현상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에게는 대형주 위주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 또 투자할 때는 자신이 아는 종목에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clemens.kang@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