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9일 "그리스 2차 총선이 마무리되고 증시 내 안도감이 형성됐다"면서도 "하지만 'V'자 반등을 겨냥하기 보다는 계단식 상승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존에 유럽연합(EU) 등과 합의했던 재정 긴축안을 수용하는 것이 당론인 ‘신민주당’을 중심으로 연합정부 구성이 가능해졌다"며 "그리스의 무질서한 국가 부도 가능성이나 일방적인 재정 긴축안 철회 우려가 덜어진 만큼 투자심리는 가벼워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일 장중 코스피(KOSPI)는 한 달 만에 1900포인트를 터치했으며, 5월말 이후 시황 전망을 통해 1차 목표치로 제시했던 200일 이동평균선(전일 기준 1900.64)에 바짝 다가섰다"며 "결론부터 말하면 단숨에 ‘V’자 반등을 겨냥하기 보다는 계단식 상승에 무게를 둔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리스 선거 결과를 주시하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주요 당국자들이 그리스에 대해 이자율 경감이나 재정긴축 시한을 연장해 줄 여지가 생겼지만, 갈 길은 험난하다"며 "이제부터 그리스는 연립정부 구성과 구제금융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재정은 바닥을 드러낸 상태이고,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이르면 7월 중에 재정 고갈에 직면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는 것. 한 연구원은 "문제는 2차 총선 결과에서도 드러났다"며 "긴축안을 수용하는 신민주당과 사회당의 지지율은 40% 남짓인데 긴축안 자체를 반대하는 절반 이상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통합된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또 20%가 넘는 실업률의 하락을 통해 민심을 전환시키고 싶어도 정부는 재정지출 여력이 없고, 부패하고 무능력한 정치권에 대해 국민들은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데다가 70% 이상 부채를 탕감 받았지만 그리스 경제의 체질은 여전히 허약하다는 게 한 연구원의 설명이다.

한 연구원은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로 전염 가능성에도 방어벽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G20정상회담 및 6월말까지 예정된 정책 회의들을 통해 그리스 재정 긴축에 대한 유연성 부여와 유럽 금융기관들의 방어벽 확충을 점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