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유로존 잔류] 한숨 돌린 그리스…향후 운명 가를 변수는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은 그리스 2차 총선거에서 보수파 신민주당이 승리했다. 일단 유로존이 깨지는 최악은 면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 연립정부가 구성될지, 새 정부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자금난도 심각하다. 그리스의 무정부·무일푼 상태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그리스와 유럽이 말 그대로 딱 ‘한숨 돌릴’ 여유만 얻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그리스의 운명을 가를 4대 변수를 살펴본다.

(1) 강한 연립정부 구성

[그리스 유로존 잔류] 한숨 돌린 그리스…향후 운명 가를 변수는
이번 2차 총선거에서 긴축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신민주당(129석)과 사회당(33석)의 의석을 합치면 162석으로 전체의석(300석)의 과반을 차지한다. 친(親) 유로존 정당만으로 연정 구성이 가능해진 것.

하지만 여전히 단독 과반 정당이 없는 데다 신민주당의 득표율이 29.65%로 저조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사회당은 지난달 1차 총선 때보다 의석 수가 8석이나 줄어 소수 정당(득표율12.28%)이 됐다. 득표율이 가장 높은 당에 비례대표 50석을 몰아주는 제도가 없었다면 반(反)긴축 세력이 의회를 주도했을 것이란 얘기다. 신민주당의 정책 추진력이 힘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극좌파 시리자(급진좌파 연합)가 지난달 1차 총선보다 19석 늘어난 71석을 차지한 것도 신민주당 중심의 연정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정부가 주요 사안을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야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크리티코스 독일 DIW연구소 연구위원은 “신민주당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무정부 상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2) 텅 빈 재정, 돌아오는 청구서

그리스의 국고는 텅 비어 있다. 그리스 임시내각의 재무부는 “내달 중순이면 정부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고 밝혔다. 6~7월 중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국채는 82억유로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보유한 현금은 20억유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리스 정부 재정이 바닥나 8월에는 연금을 지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주당 대표는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대표는 “단 하루도 낭비할 수 없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엔 그리스에 주어진 시간이 정말로 얼마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3) 구제금융 협상 어떻게 되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앞으로 등장할 그리스의 ‘취약한’ 연립정부가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질질 끌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만 애널리스트는 “그리스 구제금융 재협상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스 의도대로 구제금융 협약이 원활하게 수정될지도 의문이다. 그리스는 국채만기 시한을 연장하고, 대출금리인하 긴축완화 등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등은 구제금융 부담을 키우는 것이라며 난색이다.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그리스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긴축정책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유로존 각국은 그리스에 구제금융 지원 대가로 요구한 재정긴축에 시간을 좀 더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은 “원칙도 필요하지만 희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백지수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 추가 지원 가능성은

구제금융 재협상과 더불어 그리스 은행권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지원 재개 여부도 관심이다. 현재 그리스 은행들은 자금조달을 유럽중앙은행(ECB)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앞으로 그리스 구제금융 재협상 진척 여부에 따라 ECB가 그리스 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중단할지, 확대할지가 결판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세계은행(WB)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보고서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고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20이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G20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