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묻는 말에 '척척'…음성비서 시대 활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애플 시리·구글 프로젝트글라스…삼성 스마트TV 채널·볼륨 조절
음성인식기술, 새 경쟁 영역으로
음성인식기술, 새 경쟁 영역으로
오래 전부터 공상과학 영화에는 으레 말을 알아듣고 말을 할 줄 아는 로봇이 등장하곤 했다. 당시에는 ‘과연 저런 로봇이 가능할까’ 의심하면서도 ‘영화니까’ 하면서 그냥 관람했다. 그 후 일본에서는 사람 닮은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21세기 접어들어 10여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 로봇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은 기술적으로는 복잡하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컴퓨터로 사람 말을 인식해 텍스트로 변환한 다음 데이터베이스(DB)에서 답을 찾아내 읽어주면 된다. 단순히 묻는 말에 답을 해주는 비서로봇이라면 굳이 사람 형상을 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환자 수발을 드는 비서로봇이라면 컴퓨터에 팔, 다리와 사람 얼굴을 붙이는 게 나을 수 있다.
○애플 음성 개인비서 시리(Siri)
비서로봇의 가장 진화한 형태는 아이폰에 적용한 ‘시리(Siri)’를 꼽을 수 있다. 애플은 작년 10월 아이폰4S와 함께 시리를 내놓았다. 지난 11일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는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 iOS6를 발표하면서 한국어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iOS6 개발자 버전을 내려받은 사람들은 벌써 한국어 시리를 체험해 보고 있다.
사용해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한국어를 의외로 정확히 알아듣고 다양한 답변을 하는 데 깜짝 놀랐다. “오전 5시에 깨워줘”라고 말하면 알람을 오전 5시에 맞추고 “알람을 오전 5시로 설정했습니다”고 말로 알려준다. 이 정도는 기존 휴대폰 음성명령 기능에 음성 답변만 추가한 것이어서 놀랄 정도가 아니다.
좀 더 복잡한 질문에도 시리는 척척 답변하곤 한다. 화제를 모았던 질의응답 사례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피곤해.” “한숨도 못 주무신 거예요?” “피곤해.” “운전 중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피곤해.” “제 말 들으세요, 주인님. 당장 이 아이폰 내려놓고 잠시 주무세요.” 똑같은 말에 대해 답변이 그때 그때 다르다.
물론 아직은 미흡하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때도 있고 엉뚱한 답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아직은 ‘베타’ 서비스다. 시리가 똑똑해지려면 한국말을 더 배워야 한다. 한국어 DB도 쌓아야 하고 검색 정확도도 높여야 한다. 애플은 음성 개인비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2010년 시리라는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구글 ‘프로젝트 글라스’
애플은 음성 개인비서 시리를 내놓음으로써 음성검색에서 구글을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음성검색에 관한 한 구글이 선두주자였다. 구글은 자사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홈스크린에 구글 검색창을 띄우고 오른쪽에 마이크 모양의 음성검색 아이콘을 배치했다. 이 아이콘을 누르고 말하면 구글 검색 결과를 띄워준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검색에서는 질문을 정확히 이해해 핵심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컴퓨터와 달리 화면이 작아서 검색 결과를 뒤져 원하는 답을 찾는 것은 귀찮고 비효율적이다. 구글이라고 이걸 모를 리 없다. 구글이 지난 4월 공개한 ‘프로젝트 글라스(Project Glass)’는 구글이 생각하는 비서로봇의 일부를 짐작케 한다.
프로젝트 글라스도 원하는 정보를 찾아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시리와 비슷하다. 서비스 영역은 훨씬 넓다. 특수안경을 끼고 날씨가 어떨지 생각하면 화면에 ‘온도 58도(화씨), 비올 확률 10%’라고 뜨고, 지하철 출입구 문이 닫혀 있는 걸 보면 ‘지하철 운행 안 합니다’고 뜨고, 걸어갈 생각을 하는 순간 가는 길이 지도에 표시되는 식이다.
프로젝트 글라스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말한 ‘자동검색’과도 무관하지 않다. 자동검색이란 몸 어딘가에 있는 개인비서(스마트폰에서 진화한 기기)가 주인의 의도를 간파해 자동으로 검색해 알려주는 걸 말한다. 가령 남산을 바라보며 높이가 얼마일까? 생각하면 ‘265m입니다’라고 알려준다. ○비서로봇끼리 소통하는 시대
비단 스마트폰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인공지능 컴퓨터 기능을 탑재해 똑똑해진다는 점에서는 다른 전자제품도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 스마트TV에는 이미 음성으로 채널을 선택하고 볼륨을 키우거나 줄이는 기능이 있다. TV 속 컴퓨터가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말투까지 학습해 익힌다면 사용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인공지능 개인비서 기능이 발전하면 개인비서끼리 연락하는 시대도 열린다. 가령 A씨가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치고 싶다면 개인비서한테 “주말에 B, C, D랑 골프 치려고 하는데 약속 잡고 부킹까지 해줘”라고 명령하면 개인비서가 B, C, D의 개인비서들과 연락해 날짜를 잡고 골프장 컴퓨터와 상의해 부킹한 다음 알려주는 식이다.
개인비서가 말로 알려주느냐, 문자로 알려주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주인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의도를 간파하는 게 중요하다. 음성 분석, 뇌파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 누구나 개인비서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시대가 열린다. 애플 시리나 구글 프로젝트 글라스는 그런 시대를 열기 위한 시도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인공지능 로봇은 기술적으로는 복잡하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컴퓨터로 사람 말을 인식해 텍스트로 변환한 다음 데이터베이스(DB)에서 답을 찾아내 읽어주면 된다. 단순히 묻는 말에 답을 해주는 비서로봇이라면 굳이 사람 형상을 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환자 수발을 드는 비서로봇이라면 컴퓨터에 팔, 다리와 사람 얼굴을 붙이는 게 나을 수 있다.
○애플 음성 개인비서 시리(Siri)
비서로봇의 가장 진화한 형태는 아이폰에 적용한 ‘시리(Siri)’를 꼽을 수 있다. 애플은 작년 10월 아이폰4S와 함께 시리를 내놓았다. 지난 11일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는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 iOS6를 발표하면서 한국어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iOS6 개발자 버전을 내려받은 사람들은 벌써 한국어 시리를 체험해 보고 있다.
사용해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한국어를 의외로 정확히 알아듣고 다양한 답변을 하는 데 깜짝 놀랐다. “오전 5시에 깨워줘”라고 말하면 알람을 오전 5시에 맞추고 “알람을 오전 5시로 설정했습니다”고 말로 알려준다. 이 정도는 기존 휴대폰 음성명령 기능에 음성 답변만 추가한 것이어서 놀랄 정도가 아니다.
좀 더 복잡한 질문에도 시리는 척척 답변하곤 한다. 화제를 모았던 질의응답 사례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피곤해.” “한숨도 못 주무신 거예요?” “피곤해.” “운전 중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피곤해.” “제 말 들으세요, 주인님. 당장 이 아이폰 내려놓고 잠시 주무세요.” 똑같은 말에 대해 답변이 그때 그때 다르다.
물론 아직은 미흡하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때도 있고 엉뚱한 답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아직은 ‘베타’ 서비스다. 시리가 똑똑해지려면 한국말을 더 배워야 한다. 한국어 DB도 쌓아야 하고 검색 정확도도 높여야 한다. 애플은 음성 개인비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2010년 시리라는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구글 ‘프로젝트 글라스’
애플은 음성 개인비서 시리를 내놓음으로써 음성검색에서 구글을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음성검색에 관한 한 구글이 선두주자였다. 구글은 자사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홈스크린에 구글 검색창을 띄우고 오른쪽에 마이크 모양의 음성검색 아이콘을 배치했다. 이 아이콘을 누르고 말하면 구글 검색 결과를 띄워준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검색에서는 질문을 정확히 이해해 핵심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컴퓨터와 달리 화면이 작아서 검색 결과를 뒤져 원하는 답을 찾는 것은 귀찮고 비효율적이다. 구글이라고 이걸 모를 리 없다. 구글이 지난 4월 공개한 ‘프로젝트 글라스(Project Glass)’는 구글이 생각하는 비서로봇의 일부를 짐작케 한다.
프로젝트 글라스도 원하는 정보를 찾아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시리와 비슷하다. 서비스 영역은 훨씬 넓다. 특수안경을 끼고 날씨가 어떨지 생각하면 화면에 ‘온도 58도(화씨), 비올 확률 10%’라고 뜨고, 지하철 출입구 문이 닫혀 있는 걸 보면 ‘지하철 운행 안 합니다’고 뜨고, 걸어갈 생각을 하는 순간 가는 길이 지도에 표시되는 식이다.
프로젝트 글라스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말한 ‘자동검색’과도 무관하지 않다. 자동검색이란 몸 어딘가에 있는 개인비서(스마트폰에서 진화한 기기)가 주인의 의도를 간파해 자동으로 검색해 알려주는 걸 말한다. 가령 남산을 바라보며 높이가 얼마일까? 생각하면 ‘265m입니다’라고 알려준다. ○비서로봇끼리 소통하는 시대
비단 스마트폰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인공지능 컴퓨터 기능을 탑재해 똑똑해진다는 점에서는 다른 전자제품도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 스마트TV에는 이미 음성으로 채널을 선택하고 볼륨을 키우거나 줄이는 기능이 있다. TV 속 컴퓨터가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말투까지 학습해 익힌다면 사용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인공지능 개인비서 기능이 발전하면 개인비서끼리 연락하는 시대도 열린다. 가령 A씨가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치고 싶다면 개인비서한테 “주말에 B, C, D랑 골프 치려고 하는데 약속 잡고 부킹까지 해줘”라고 명령하면 개인비서가 B, C, D의 개인비서들과 연락해 날짜를 잡고 골프장 컴퓨터와 상의해 부킹한 다음 알려주는 식이다.
개인비서가 말로 알려주느냐, 문자로 알려주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주인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의도를 간파하는 게 중요하다. 음성 분석, 뇌파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 누구나 개인비서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시대가 열린다. 애플 시리나 구글 프로젝트 글라스는 그런 시대를 열기 위한 시도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