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리스 신연정과 유로존 간 갈등 요인은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유로화는 단기 강세, 장기 약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구제금융 조건’ 이행을 공약한 신민당이 총선결과 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확실시되면서 그렉시트 우려는 당분간 수면 아래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개표가 50%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1당이 예상되는 신민당과 3당이 예상되는 사회당이 각각 130석과 34석을 차지, 과반 의석을 상회하면서 다시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이번 2차 총선 결과는 금융시장에 단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렉시트 우려 진정은 물론 구제금융 자금을 다시 제공받게 됨으로써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일로에 있던 재정리스크 우려도 일단 진정, 글로벌 자금의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완화시켜 줄 것으로 예상됐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그렉시트 우려는 진정됐지만, 그리스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구제금융 지원의 전제조건인 긴축이행과 관련된 그리스 신연정과 유로존 간 갈등 요인은 남아 있다"며 "이는 그리스 사태가 언제든지 재차 불거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1당이 된 신민당 역시 총선 이전에 긴축 정책 기한을 2년 연장해 사실상 긴축정책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는 것.

따라서 당장 그리스의 디폴트를 막기 위해 유로존이 구제금융 지원을 재개하겠지만 향후 긴축기조 완화를 둘러싸고 그리스 신정부와 유로존간에 갈들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박 이코노미스트의 판단이다. 그는 "특히 최근 스페인의 구제금융 지원에 대해 유로존이 별다른 긴축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그리스측의 긴축조건 완화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렉시트 리스크 역시 하반기중 재차 부상할 수 있는데 그리스이 펀더멘탈(기초체력) 상황을 감안할 때 그리스의 회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그리스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유로화 수준과 더불어 강력한 야당인 시리자당의 부상은 경제정책을 둘러싼 정치불안이 언제나 재연될 여지가 있다는 측면에서 4분기쯤 그리스의 구제금융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렉시트 재이슈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