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대선 경선룰 문제를 두고 비박(비박근혜)계 주자들을 차례로 만났지만,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황 대표는 16일과 17일 이재오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을 만난 자리에서 원론적인 대화만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 임 전 실장과 새누리당이 국민의 열망에 따라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하자는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지만, 비박 주자들이 요구하는 완전국민경선제 수용 여부나 경선 규칙에 대한 논의를 어떻게 진행할지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회동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의미다. 김 지사와의 만남에서도 “정권 재창출이 필요하고 당내 화합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비박 주자들은 황 대표와 경선룰 개정에 반대하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정몽준 의원은 아예 황 대표와의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 “황 대표가 박 전 위원장 측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는 상황이라 따로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지사 역시 “후보 간 수평적인 위치에서 대화하고 다가가는 것이 중요한데, 박 전 위원장만 대화가 안 된다”며 “문제는 박 전 위원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당이 특정인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후보등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 지도부의 선 후보등록 요청을 거부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전날 회동으로 경선 규칙과 관련한 논의가 진전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경선 규칙을 논의하기 위한 당내 기구 구성을 두고도 황 대표와 비박 주자들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 산하의 당내 기구를 출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비박 주자 진영에서는 최고위 산하에 둘 경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박 주자 측 관계자는 “당 대표 직속 기구로 만들어야 하고, 사실상 의결기구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 측은 당헌·당규대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윤상현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일축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