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불법 부추기는 교육감 직선제
지역 내 사립유치원 원장들로부터 180만원 상당의 옷을 받은 임혜경 부산교육감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역 내 교육을 관장하는 시·도 교육감이 불법을 저질러 수사를 받거나 재판정에 서는 ‘교육적이지 못한’ 사건이 또 터진 것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매수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최종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대학 총장 시절 대외활동비 등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 불법 후원금 8100만원을 모금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잇따른 교육감들의 불법에 대해 ‘견제장치 없는 막강한 권한’과 그 권한 남용을 부추기는 ‘직선제’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시교육감만 해도 연간 7조원에 달하는 예산과 교원 5만2000여명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지만, 서울시장이 시의회나 구청장으로부터 견제를 받는 것과 달리 견제 수단이 없다.

직선제가 강력한 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해도 된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하는 점도 문제다. 학생인권조례나 전면 무상급식과 같이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킨 정책을 무차별적으로 추진한 것도 ‘시민이 뽑은 교육감’이라는 자만의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선거 과정에 기여한 ‘공신’들에 대한 보은 인사와 막대한 비용 등은 교육감의 비리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서울뿐 아니라 강원과 전북, 광주 등에서도 특혜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2007년 도입 당시부터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교육정책 혼란, 저조한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표면적으로 소속 당이 없을 뿐 실제로는 특정 정당과 관련을 맺지 않고서는 당선되기 힘든 구조라는 점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국회는 작년 8월 광역자치단체장에 의한 임명제, 러닝메이트제 등을 담은 지방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여야 갈등으로 미루다가 회기가 바뀌면서 자동 폐기됐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은 물론 미국도 36개주에서 교육감 임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신 의회 동의 과정을 거쳐 공정성을 보장한다. 민주적 정당성을 위해 선거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도입해볼 만하다.

강현우 지식사회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