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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트럭·쇠사슬로 정문 가로막고…밤마다 각목 들고 한국직원들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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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진출 한국기업 '떼법 몸살'] (上) 칭다오 신신체육용품 가보니

    외출할때 주민허가 받아야
    취재 마치고 돌아가려하자 자물쇠로 정문 걸어 잠그고 "나가면 못들어온다" 위협

    이주 거부하자 강제 철거된 '제2의 YBS지퍼 될라' 불안
    화물트럭·쇠사슬로 정문 가로막고…밤마다 각목 들고 한국직원들 감시
    “신신체육용품 유한공사(신신상사 중국생산법인)가 있는 칭다오(靑島)시 하이얼로는 아파트 등 신축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곳에 공장이 있는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까지 이사를 간다고 하는데 외자기업이 계약서만 믿고 버티는 건 무모한 짓이지요. 억울하지만 빨리 타협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사를 해야 합니다.”

    17일 중국 칭다오 공항에서 만난 한 한국 기업인은 최근 불거진 신신체육용품 공장 봉쇄 사태에 대해 이렇게 충고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신신체육용품은 칭다오시의 자랑인 하이얼 본사와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신신체육용품 양옆에는 자동차 판매 전시장이 자리 잡고 그리 멀지 않은 남쪽에는 아파트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이미 개발의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번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신신체육용품의 정문은 폐쇄된 공장처럼 을씨년스러웠다. 공장을 점거한 마을 주민들이 거주하는 낡은 컨테이너, 정문을 가로막고 있는 쇠사슬, 물건을 싣고 나가다 주민들에 제지당해 멈춰선 화물트럭이 뒤엉켜 파업 현장을 방불케 했다.

    회사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공장 문을 들어서자 오른쪽 경비실에서 포커게임을 하던 4~5명의 마을 주민들이 의혹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정작 경비실에 있어야 할 회사 수위들은 공장 안쪽 기숙사 입구에서 하릴없이 신문을 읽고 있었다.

    한국인 직원들이 주로 근무하는 사무동은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주민들이 전기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조문형 신신체육용품 대표는 “주민들이 밤에 자물쇠를 가져와서 생산라인이 있는 공장까지 봉쇄했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토요일인 16일엔 12명의 한국인 직원이 모두 출근해 있었다. 집에서 나와 공장 기숙사에서 거주하면서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 직원이 설명했다. 그러나 밤마다 각목을 들고 공장을 어슬렁거리는 마을 주민들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 달째 공장 가동이 완전 중단돼 직원들에게 임금도 제대로 못 줄 정도가 됐다. 한상태 신신체육용품 이사는 “피해액이 2000만위안이 넘는다”며 “생산공장이 중국 외에는 없어 한국에 있는 직원들까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려 하자 어느새 마을 주민들이 정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갔다.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자 한 주민이 나와 “지금 나가면 못 들어올 줄 알라”고 위협조로 말했다. 김운명 부장은 “우리 회사인데도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다”고 씁쓸해했다.

    신신체육용품은 1991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촌 정부인 중한서취(中韓社區)주민위원회와 50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촌 정부는 임대료를 3배로 올리고 2년 내 공장을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이 이를 거부하자 마을 주민을 동원, 지난달 15일부터 회사를 무단 봉쇄했다. 지난 13일부터는 아예 회사를 점거하고 전기를 끊었다. 한국대사관까지 나서 불법 점거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칭다오의 한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분개하면서도 이 회사가 제2의 YBS지퍼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1993년 칭다오에 진출한 YBS지퍼는 한때 일본 지퍼업체인 YKK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공한 업체였다. 이 회사 역시 중국 진출 당시 지역 정부와 50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공장 부지가 공업용지에서 상업용지로, 토지 주인이 국영기업에서 은행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됐다. 개발을 위해 나가달라는 은행 측에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안 나가겠다는 YBS가 맞서 소송으로 번졌다.

    결국 괘씸죄에 걸린 YBS는 보상금은커녕 이사 지원비도 못 받고 공장이 철거되는 비운을 맞았다.

    현지에서는 신신체육용품이 있는 하이얼로가 상업지구로 지정돼 재개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칭다오에서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최영철 대성무역 대표는 “정부와 계약했어도 촌민들이 들고 일어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게 중국”이라며 “지금처럼 가면 회사 측만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칭다오=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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