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60년 만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1952년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처음이다. 하지만 여전히 군부의 영향력이 강해 이집트 민주화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퇴진 이후 새 대통령을 뽑는 결선투표가 16, 17일(현지시간) 이틀간 이집트 전국 1만3000곳 투표소에서 동시에 치러졌다. 대통령 당선자는 오는 21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결선에서는 이집트 최대 이슬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모르시 후보와 무바라크 정권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 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르시와 샤피크는 13명의 후보가 경쟁한 1차 투표에서 각각 24.7%, 23.6%를 득표해 결선에 진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집트 국민들은 모르시가 당선될 경우 무슬림형제단의 이슬람 근본주의에 휩쓸리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편과 샤피크가 당선돼 전 정권 인사들이 다시 활개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으로 양분됐다”고 전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군부가 권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이집트 헌법재판소는 지난 14일 6개월 전 치러진 총선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의회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이집트 군부는 즉각 입법권을 접수하고 사실상 군정을 선언한 상태다. AP통신은 “이번 선거는 자유와 민주주의, 구체제 타파를 이루려는 이집트를 망치는 행사가 되고 있다”며 “7월1일 새 대통령에게 권력을 넘기겠다는 군부의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