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아니라 ‘브레이크 없는 타이어’”란 말이 유행이다. 유럽위기로 자동차주가 주춤한 가운데 타이어주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서다. 실물경기 둔화 우려로 원재료값이 조정을 받은 게 타이어업체들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위기가 재부각되며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기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이달 15일까지 넥센타이어는 13.4%, 금호타이어는 13.5% 각각 상승했다. 한국타이어는 2.9% 하락했지만 이 기간 코스피지수 변동률(-6.2%)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반면 현대차(-10.6%) 기아차(-6.6%) 등 완성차 업체는 경기둔화 우려로 하락폭이 커 대조를 이뤘다.

타이어주 상승의 가장 큰 이유로는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꼽힌다. 타이어는 천연고무와 부타디엔을 원료로 한 합성고무를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천연고무 가격은 작년 초 당 6200달러에서 최근 절반 수준인 3160달러까지 내렸다. 부타디엔도 당 2000달러 선으로 최근 한 달간 30% 넘게 조정을 받았다.

UBS증권은 천연고무 가격이 1% 하락하면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은 1.5%, 넥센타이어는 1.6%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타이어업체들의 올해 이익증가율이 60~7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조정을 받는 것도 타이어업체에는 긍정적이란 평가다. 유가 하락은 자동차 주행거리를 증가시켜 타이어 교체 수요를 늘리기 때문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악재가 대부분 종목에 대해서는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타이어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타이어주가 자동차주를 앞서는 또 하나의 요인은 교체용 타이어의 판매 증가다. 완성차업체들의 실적은 주로 신차 판매에 좌우되지만, 타이어업체들은 신차용(OE) 외에 교체용(RE) 타이어에서도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