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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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첫사랑
이윤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사흘 뒤(21일)면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입니다. 태양이 제일 높이 뜨는 날. 동지(冬至)에 길었던 밤이 서서히 줄어들어 이날 가장 짧아지고 낮 시간은 가장 긴 14시간35분이나 된다고 합니다. 모내기가 끝난 논두렁으로 꽃즙이 익어가고, 먼 산에선 사슴이 뿔을 갈며, 매미가 첫 노래를 시작하는 절기. 이윤학 시인의 ‘첫사랑’은 ‘그대가 꺾어준 꽃’을 ‘시들 때까지’ 들여다 보다 마침내 그 꽃을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피워내는 절경의 단계로 나아갑니다. 그 세월의 이랑으로 얼마나 긴 낮과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고, 또 얼마나 긴 밤과 애달픈 달빛이 녹아내렸을까요.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는데 ‘그대가 꺾어준 꽃’이 단비를 머금고 마알간 잎으로 다시 피어나는 순간을 위해 우리도 시인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기다림의 자세를 배우고 싶습니다.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
이윤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사흘 뒤(21일)면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입니다. 태양이 제일 높이 뜨는 날. 동지(冬至)에 길었던 밤이 서서히 줄어들어 이날 가장 짧아지고 낮 시간은 가장 긴 14시간35분이나 된다고 합니다. 모내기가 끝난 논두렁으로 꽃즙이 익어가고, 먼 산에선 사슴이 뿔을 갈며, 매미가 첫 노래를 시작하는 절기. 이윤학 시인의 ‘첫사랑’은 ‘그대가 꺾어준 꽃’을 ‘시들 때까지’ 들여다 보다 마침내 그 꽃을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피워내는 절경의 단계로 나아갑니다. 그 세월의 이랑으로 얼마나 긴 낮과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고, 또 얼마나 긴 밤과 애달픈 달빛이 녹아내렸을까요.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는데 ‘그대가 꺾어준 꽃’이 단비를 머금고 마알간 잎으로 다시 피어나는 순간을 위해 우리도 시인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기다림의 자세를 배우고 싶습니다.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