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무조건 나가", 중국인 무단 점거에 '토종브랜드' 발목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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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출입 봉쇄, 무단침입, 임직원 강금까지...개념상실 ‘깡패’ 수준
국산 볼 스타(Star), 국내 프로리그 공인구...'공' 부족 파행 우려
국산 볼 스타(Star), 국내 프로리그 공인구...'공' 부족 파행 우려
![[현장 속으로]"무조건 나가", 중국인 무단 점거에 '토종브랜드' 발목 잡혀](http://news.hankyung.com/nas_photo/201206/201206158903p_2012061542391.jpg)
국산 볼 생산업체 신신상사가 지역주민들의 불법 봉쇄에 시달린 건 지난 4월17일부터다. 촌정부로 추정되는 불법 점거 주최측은 어떠한 설명도 협상 여지도 없다는 반응이다. 살벌한 현장속을 한경닷컴이 다녀왔다.
O'몸통'은 누구? 개발세력, 주민들 내세워 '배 째라 식' 불법점거
신신상사는 지난 1991년, 우리의 읍·면·동에 해당하는 촌 정부와 50년 토지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신신체육용품유한공사'라는 현지 공장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최근 촌 정부가 계약기간이 30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터무니 없는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며 공장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대화나 협상 테이블 조차 만들고 있지 않다. 막무가내 '배째라 식'이다.
북경 대사관과 칭다오 한국 영사관은 이들의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 칭다오시 정부에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무슨 이유인지 수수방관하고 있다. 개발 이권을 노린 '몸 통'이 주민들의 뒤를 봐주고 있을 것이라는 현지인들의 추측이다.
촌 정부의 일방적인 계약파기와 공장이전 주장의 이면에는 토지개발에 대한 투자세력의 기대심리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인데 촌 정부가 단독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했다고 하기엔 그 수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현지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 토지 개발에는 워낙 큰 규모의 자금과 이권이 복잡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성 단위의 국영기업이 연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역 특성상 산둥성과 관련된 1급 또는 2급 국영 개발회사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신신상사는 해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중국의 지방정부가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해외 기업으로 치켜세우던 회사란 점에서 주민들을 움직여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개발 세력의 '덩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할 뿐이다.
정원조 신신상사 사장은 "양국 간의 수교도 맺어지기 전에 보잘것없던 외진 땅에 수 십억을 투자해 건물을 짓고 공장을 설립했다."며, "당시 촌 정부도 파격적인 투자란 점에서 고마워했었는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O대륙 스타일 글로벌 비즈니스... 짜여진 '각본' 있다?
신신상사는 산동성축구협회와 중국전국체육대회 등을 중국내 각종 스포츠행사의 후원 활동에 적극 동참하며 지방정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총 규모 2억 원대의 ‘통 큰’ 후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문제는 10수년 전 중국 공장에서 도망치 듯 쫓겨났던 수 많은 기업의 사례들처럼 ▶억지요구 ▶봉쇄·침입 ▶절전·단수 ▶최후통첩 ▶강제철거 등 예견된 수순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신신체육용품유한공사에 따르면 촌 정부는 지난해 초 임대료 500%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임대료가 명시된 장기임대계약서(계약기간 50년)가 버젓이 있는데 "그때그때 달라요"식 이랄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짜여진 각본을 위한 '덫' 이었을 확률이 높다고 분석한다.
당시 회사측은 계약기간이 30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임대료 인상요구에 대해 공문을 통해 협의 의사를 전달했다. 적정한 수준에서 상승폭을 조정하자는 것이 골자였다고.
이러는 동안 4~5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촌 정부는 급기하 매 달 청구하던 임대료를 고의로 누락시켰다. 회피를 통해 임대료 납부를 재때 처리하지 못하도록 한 의도적인 행위였다. 연체를 구실로 계약해지를 주장하겠다는 속셈이다.
현재 진행중인 불법 점거는 몇일 새 2단계 격인 '봉쇄와 침입'의 선을 넘어 '절전과 단수' 단계까지 한꺼번에 진행 한 상황이다. 조만간 다음 단계인 '최후 통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듯력을 갖는 이유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신상사가 생산하는 농구공과 배구공의 경우, 국내 볼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공장 봉쇄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가 수십억 이상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O순수 우리기술의 국산 볼 생산업체, "50년을 쌓아 온 신뢰인데.."
현지에 강금 돼 있는 스타스포츠 직원인 박현진 씨(31)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멈춰 선 생산라인이나 출고돼지 못해 쌓여있는 공 박스들을 보면 가슴이 탁 막힌다"며 분통함을 전해왔다.
신신상사는 지난 20여년간 축구, 농구, 배구, 베드맨턴 등 구기종목을 중심으로 많은 후원활동을 해오며 스포츠계의 ‘키다리 아저씨’로 통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온 결과다.
10월이면 농구와 배구 등 국내 프로리그가 시작된다. 두 그리 모두 신신상사의 주력 제품인 '스타(Star)' 공을 공인구로 사용하기 때문에 적어도 3~4개월 전부터는 협회나 각 팀에 경기구를 보내줘야 한다.
주민들의 공장 점거가 장기화 될 경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농구와 배구를 중심으로 신신상사가 후원중인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운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재 신신상사는 국내 프로농구(현금,용품 포함 3억 원 규모), 프로배구(현금용품 포함 2억 원), 아마,실업축구(현금용품 포함 20억), 프로팀 후원 3개(총 5억원 규모)등을 후원하고 있다.
배구, 농구, 축구 등 신신상사가 진행하는 대부분의 국내 후원 활동은 20년 전 프로리그가 생겨난 초창기부터 이어왔던 만큼 오랜 세월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되는 상황.
더욱이 국산브랜드 '스타'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의 거대 자본력에 밀려 토종브랜드 육성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국내 스포츠산업의 현실로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주형 신신상사 이사는 "급한 물량은 협업이 가능한 공장들을 통해 문제없이 대처하고 있다"며, "하지만 시시각각 전해오는 현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생 때'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외교부를 중심으로 현지 대사와 법무 팀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해결점이 찾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답답함을 소호했다.
청도=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