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첫날 , 언더파 단 6명…톱 랭커들 '지옥 코스' 덫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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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1~6번홀 '악몽'…파70에 평균 74.92타
우즈 1언더…3타차 2위…11.5m짜리 그림같은 버디
우즈 1언더…3타차 2위…11.5m짜리 그림같은 버디
대참사였다.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156명 가운데 언더파는 단 6명에 불과했다. 15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올림픽클럽 레이크코스(파70)에서 열린 제112회 US오픈 첫날 평균 스코어는 74.92타로 집계됐다. 선수들이 평균 5오버파를 친 셈이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지난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대회 최소타 신기록인 16언더파를 허용한 뒤 ‘짓밟힌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최악의 난코스를 만들었다. 1~6번홀은 메이저대회 사상 가장 어려운 홀로 악명을 떨쳤다. 520야드짜리 파4 1번홀이 평균 스코어 4.583타로 어려운 홀 1위에 올랐다. 670야드짜리 파5인 16번홀이 랭킹 2위, 6번홀(파4·489야드)이 3위, 5번홀(파4·498야드)이 4위, 3번홀(파3·247야드)이 5위, 2번홀(파4·428야드)이 6위였다.
이날 4언더파 66타를 쳐 단독선두에 나선 ‘무명’의 마이클 톰슨(미국)도 이 6개홀에서 2오버파를 쳤다. 6개홀을 이븐파로 막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러프도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이날 8오버파로 무너진 마스터스 챔피언 버바 왓슨(미국)은 첫홀인 9번홀에서 티샷을 왼쪽 러프에 빠뜨렸다. 러프에서 친 두 번째샷은 고작 10야드 날아가는 데 그쳤다. 그는 “코스가 너무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월드랭킹 1위 루크 도널드(영국)는 단 1개의 버디도 잡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며 9오버파 79타(공동 140위)로 컷 탈락 위기에 몰렸다. ‘퍼팅의 귀재’로 통하는 그는 이날 번번이 3퍼트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함께 플레이한 디펜딩 챔피언이자 랭킹 2위 매킬로이 역시 올림픽의 희생양이 됐다. 버디는 단 1개에 그치고 보기 8개를 기록해 7오버파 77타(공동 109위)를 쳤다. 매킬로이는 경기 후 모든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다가 “실망스런 날이었지만 내일 잘 쳐서 주말에도 여기서 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짤막한 소감을 남겼다.
우승 후보 중 타이거 우즈(미국)가 1언더파 69타로 공동 2위에 포진하며 15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향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우즈는 4번홀 3m 버디에 이어 5번홀에서 우측으로 꺾어지는 11.5m짜리 그림 같은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우즈와 동반 플레이를 한 왓슨은 “‘올드 타이거’였다. 지켜보는 일이 즐거웠다”고 평했다. 역시 한 조였던 ‘라이벌’ 필 미켈슨이 6오버파에 그쳐 우즈의 성적은 더욱 빛났다. 우즈는 “계획대로 경기가 잘 풀렸다”며 “언더파 스코어로 1라운드를 마쳐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신인왕을 차지한 박재범(30)이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4개를 묶어 이븐파 70타로 공동 7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박재범은 작년 6월 JGTO투어 챔피언십에서 프로 첫승을 따냈다. 한국 선수끼리 플레이한 최경주(42)는 3오버파, 양용은(40)과 김경태(26)는 4오버파를 쳤다.
어려워도 진기록은 나왔다. 닉 워트니(미국)는 17번홀(파5)에서 두 번째샷을 홀에 집어넣어 US오픈 사상 세 번째 알바트로스를 낚았다. 마이클 앨런(미국)은 14번홀(파4)에서 두 번째샷을 홀인시켜 이글을 노획했다.
[이모저모] 공동 60위까지만 컷 통과…17세 고교생 이븐파 '기염'
◆…미국골프협회(USGA)는 올해부터 컷 통과 기준 중 선두와 10타차 이내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앞으로는 공동 60위까지만 컷을 통과한다. 마이크 데이비스 USGA 전무는 “너무 많은 선수가 컷을 통과하는 사태를 방지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1996년에는 선두와 10타차 이내 선수들이 모두 컷을 통과하다 보니 108명이 3, 4라운드에 진출해 경기가 지연되는 사태를 빚었다. 지금까지 ‘10타 룰’로 컷 통과한 선수 중 우승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대다수 선수들이 이 바뀐 룰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이날 76타를 쳐 선두와 10타차인 필 미켈슨도 “규정이 바뀐 걸 몰랐다”고 했다.
◆…8명의 아마추어 가운데 뷰 호슬러(미국)가 이븐파를 쳐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17세 고교생인 호슬러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예선전을 거쳐 US오픈에 출전했다. 2년 연속 예선전을 통과한 고교생은 1950년대 이후 호슬러가 처음이다.
US오픈 사상 최연소 출전자가 된 14세 앤디 장(중국)은 9오버파 79타를 기록했다. 그는 4년 전 중국에서 플로리다 올랜도로 건너와 데이비드 리드베터 아카데미에서 골프를 배우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인 코치인 안치환 씨로부터 소질이 있다는 평을 듣고 골프에 전념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1번홀 트리플보기, 2번홀 더블보기에다 3~5번홀 3연속 보기로 5번홀까지 8타를 까먹은 뒤 나머지 13개홀에서 1오버파를 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