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지능을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 사람의 행동을 얼마나 잘 학습하느냐가 중요한 잣대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주인의 명령을 잘 알아듣고 시키는 대로 반응을 보이면 고기 한 점이 주어지고 그렇지 못하면 마치 원수진 것처럼 야단을 맞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사람 따라 하기를 강요하는 건 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사람들이나 하는 스포츠 게임을 시키는 건 그중에서도 상 고욕이다. 경기 중에 드러낼지도 모를 야성을 억제하기 위해 마스크까지 씌워야 하니 견공들로선 얼마나 답답할까. 동물학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서양 사람들이 이럴 땐 묵묵부답 견공들의 랠리를 즐긴다. 엄청난 아이러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