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시장에 ‘저도주’ 바람이 거세다. 소주, 맥주뿐 아니라 와인까지 주종을 가리지 않고 알코올도수를 낮춘 제품들이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시장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알코올도수 17도 미만의 저도 소주 출고량은 292만2000상자로 전체 소주 출고량(2810만상자)의 10.4%를 차지했다. 저도 소주 출고량이 10%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저도 소주 점유율은 2009년만 해도 1.7%에 그쳤지만 2010년 4.2%, 지난해 8.4%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알코올도수 20.1도 이상인 소주의 점유율은 2010년 26.5%에서 지난해 22.1%로 낮아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취하기보다 술자리를 즐기려는 음주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저도 소주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주업체들도 소비자 입맛에 맞춰 도수를 내리고 있다. 지난 1월 하이트진로가 기존 19.5도였던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도수를 19도로 낮춰 ‘참이슬’로 대표 브랜드화했으며, 롯데주류도 이달 초 ‘처음처럼’의 알코올도수를 기존 19.5도에서 19도로 낮췄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부산·경남 지역을 겨냥해 16.9도의 저도 소주 ‘쏘달’도 출시했다. 전통주 업체 국순당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매실주의 알코올도수보다 5도 정도 낮은 10도짜리 ‘명작 청매실’을 선보였다.

맥주시장에서는 알코올 함유량이 1% 미만인 ‘무알코올 맥주’가 성장세다. 이마트는 지난해 3월부터 점포별로 미국 밀러 맥스라이트, 독일 웨팅어 프라이, 에딩거 프라이 등으로 구성된 무알코올 맥주코너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신근중 이마트 주류바이어는 “올 들어 국내 맥주시장은 정체돼 있지만 무알코올 맥주는 38.9% 이상의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와인시장에서도 여성이나 와인초보자를 중심으로 7도 이하(보통 와인은 12~14도)의 탄산성분이 든 스파클링 와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파클링 와인 수입량은 189만ℓ로 2006년(32만ℓ)보다 6배가량 늘었다.

특히 알코올도수가 낮고 달콤한 맛과 강렬한 과일향이 특징인 ‘모스카토’ 품종의 와인이 인기다. 금양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이탈리아 와인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는 지난해 14만8000병이 팔려 2009년보다 70% 늘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