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국민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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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덥다. 봄 없이 곧장 여름으로 이어지더니 6월 초부터 섭씨 30도를 오르내린다. 마당 있는 집에 살던 시절, 여름이면 너나 할 것 없이 찬물 등목으로 열을 식혔다. 푹푹 찌는 날도 수돗가에서 등에 찬물을 한바탕 끼얹고 나면 어느새 더위가 가시곤 했다.
마당은커녕 창문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면 그런 시원함은 꿈도 못 꾼다. 사방이 막힌 욕실 속 샤워는 등목의 서늘함과 거리가 멀다. 창문을 열지 못하는 곳에서 선풍기는 더운 바람이나 일으키기 일쑤다. 사무용 빌딩이나 주상복합에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되는 이유다. 뿐이랴. 대학 강의실은 물론 초·중·고 교실에까지 죄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문제는 전기다. 과거 10년간 국내 전력수요는 67%나 증가했다는 마당이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평균 11%, 일본은 1% 증가했다는데 말이다. 사용량은 급증하는데 발전 설비는 거의 그대로니 전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15일 블랙 아웃 직전까지 갔던 정전 사태에 놀란 정부가 절전하자고 나섰지만 늘어난 씀씀이를 줄이긴 쉽지 않다. 이대로 가면 언제 다시 정전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경고에도 불구, 지난 7일 전력예비율이 작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만 봐도 그렇다.
7~8월에 대비, 점검 중인 발전소가 많아 그렇다지만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지식경제부가 국민발전소 건설 주간(14~21일)까지 선포했으랴. 100만㎾를 절전하면 국민 스스로 발전소 하나를 짓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으니 힘을 모아보자는 취지다. ‘아싸, 가자’란(아끼자 25시, 싸(사)랑한다 26도, 가볍다 휘들옷, 자~뽑자 플러그)란 구호도 내놨다.
정전에 따른 피해와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동안 펑펑 써온 것도 문제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실책이 더 크다. 전기료가 싸서 그렇다지만 지난해 9.2% 인상하고 또 10% 이상 올리겠다는 데 서민들은 물론 기업의 속도 타들어간다. 필요하면 국민을 설득, 발전소를 건설했어야지 갑자기 절전하라고 윽박지르는 건 답답하다.
뜨거운 음식이 많은 한국 식당에서 에어컨 사용을 줄이라거나, 실내온도를 무조건 낮추라고 하는 건 장사도 일도 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 없다. 전기를 아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름조차 생소한 옷을 만들어 입으라거나 정전되면 큰 일이니 참으라는 식의 압력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내긴 어렵다. 해석이 필요한 이상한 조어와 약자도 그만 만들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마당은커녕 창문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면 그런 시원함은 꿈도 못 꾼다. 사방이 막힌 욕실 속 샤워는 등목의 서늘함과 거리가 멀다. 창문을 열지 못하는 곳에서 선풍기는 더운 바람이나 일으키기 일쑤다. 사무용 빌딩이나 주상복합에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되는 이유다. 뿐이랴. 대학 강의실은 물론 초·중·고 교실에까지 죄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문제는 전기다. 과거 10년간 국내 전력수요는 67%나 증가했다는 마당이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평균 11%, 일본은 1% 증가했다는데 말이다. 사용량은 급증하는데 발전 설비는 거의 그대로니 전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15일 블랙 아웃 직전까지 갔던 정전 사태에 놀란 정부가 절전하자고 나섰지만 늘어난 씀씀이를 줄이긴 쉽지 않다. 이대로 가면 언제 다시 정전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경고에도 불구, 지난 7일 전력예비율이 작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만 봐도 그렇다.
7~8월에 대비, 점검 중인 발전소가 많아 그렇다지만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지식경제부가 국민발전소 건설 주간(14~21일)까지 선포했으랴. 100만㎾를 절전하면 국민 스스로 발전소 하나를 짓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으니 힘을 모아보자는 취지다. ‘아싸, 가자’란(아끼자 25시, 싸(사)랑한다 26도, 가볍다 휘들옷, 자~뽑자 플러그)란 구호도 내놨다.
정전에 따른 피해와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동안 펑펑 써온 것도 문제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실책이 더 크다. 전기료가 싸서 그렇다지만 지난해 9.2% 인상하고 또 10% 이상 올리겠다는 데 서민들은 물론 기업의 속도 타들어간다. 필요하면 국민을 설득, 발전소를 건설했어야지 갑자기 절전하라고 윽박지르는 건 답답하다.
뜨거운 음식이 많은 한국 식당에서 에어컨 사용을 줄이라거나, 실내온도를 무조건 낮추라고 하는 건 장사도 일도 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 없다. 전기를 아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름조차 생소한 옷을 만들어 입으라거나 정전되면 큰 일이니 참으라는 식의 압력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내긴 어렵다. 해석이 필요한 이상한 조어와 약자도 그만 만들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