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가장 비싼 증권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기꺼이 최고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돈을 믿고 맡기는 증권사 말입니다.”

7년 만에 증권업계로 복귀한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장환경을 정면돌파하겠다고 말했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저가 수수료 경쟁은 지양하는 대신 경쟁사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할 때 오히려 사세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강 사장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년 내에 전 사업 부문 업계 5위 진입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경영여건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을 여러 차례 극복해왔습니다. 외환위기 땐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에서 280포인트까지 추락했었고, 1990년엔 고객 깡통계좌를 일제히 정리하는 ‘10ㆍ10 반대매매’도 겪었습니다. 그땐 고객들 항의로 지점이 마비되고 객장을 때려부수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시장이 어려울 땐 우왕좌왕할 게 아니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다른 증권사들은 수익을 못내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는 구조조정을 안 합니다. 사람을 더 뽑을 것입니다. 안 좋을 때 늘리고, 좋을 때 줄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이나 재테크나 마찬가지지요. 시장이 어려우면 미래를 준비하고 시장이 활황이면 하락에 대비해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남들이 비상경영한다고 따라서 비상경영하면 경영자라 할 수 없지요. 혜안을 갖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회를 잡아야 경영자라 할 수 있지요.”

▷요즘 신한금융투자가 유명한 채권 전문가들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제가 채권명가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채권운용 전문인력과 채권 전략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했습니다. 채권이 강해지지 않으면 자산영업을 하지 못합니다. 채권은 모든 금융상품의 기초가 됩니다. 편중된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의 영향력을 벗어나 증시 움직임과 관계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도 채권을 중심으로 한 균형있는 수익구조를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금융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채권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주식으로는 돈을 벌기가 쉽지 않지요. 기본적으로는 채권으로 운용을 하다가 기회가 오면 주식을 매매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반대로 하고 있지요.”

▷신한금융투자가 채권 발행에선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영업판매(세일즈) 부문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약하니까 강화시키려는 것입니다. 회사채 세일즈를 강화하기 위해서 발행물 영업조직을 IB그룹에 붙이는 방법, 채권 중개팀을 여러개 만드는 방법 등 다양한 형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발행물 영업조직을 세일즈앤트레이딩그룹에서 IB그룹으로 넘기는 것은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과 같은 형태로 보이는데요. 조직 내에서 이견이 있을 것 같습니다.

“부서 간에 알력이 있어야 합니다. 적당한 경쟁은 조직을 키우지요. 다만 단기 업적주의는 멀리할 생각입니다. 저는 취임 이후 한번도 실적을 올리라고 말한 적 없습니다. 직원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해 잦은 인사이동을 하는 경우도 많이 봐왔지만 그것은 직원들의 역량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론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

▷경영목표는 어떻게 세우셨나요.

“현재 4600억원 수준인 순영업수익을 2015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2015년에 전 사업부문에서 업계 5위 진입을 달성하겠습니다.”

▷3년 뒤에 순영업수익 1조원을 달성하려면 연간 30%씩 성장해야 합니다. 요즘 같이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쉽지 않은 목표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 회사는 자기자본 기준 업계 6위이며, 자산 규모는 12조원 수준으로 업계 8위 수준입니다. 국제영업 및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부문에선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회사채 인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규모, 리서치 평가 등에서도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산관리 사업에 있어 성장기반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지만 트레이딩 부문에서 상품 제조와 공급 역량를 키우고 영업직원의 실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실현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본사영업은 트레이딩 부문을 중점적으로 강화할 계획입니다. 트레이딩 부문은 자산관리 사업의 핵심성장엔진으로서, ELS, 파생결합증권(DLS),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자체 상품공급 확대를 통해 고객기반 확대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입니다.”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고객수익률을 계속 강조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꿈이 하나 있습니다.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수수료 때문에 다른 회사로 가는 고객은 잡지 않겠습니다. 고객수익률이 좋으면 수수료를 높인다 해도 고객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빠르면 3년, 늦어도 10년 내에 꿈을 이루고자 합니다.”

▷다른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최저 수수료를 선언하고 있는데 최고 수수료를 제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네요.

“그렇게 자신감을 갖게 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2015년에는 2200여 임직원 모두가 최우수 직원등급인 ‘플래티넘’이 될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 명품이 왜 명품입니까. 비싸도 값어치가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높은 수수료보다 더 만족스러운 자산관리를 해주는 명품 증권사가 되려 하는 것입니다. 준비를 마치면 공식 선언을 할 예정입니다.”

▷요즘 주식, 부동산 모두 어려워서 재테크하기 참 쉽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지금 시장이 불안한 것은 국내 사정 때문이 아니고 해외 변수 때문입니다. 유로존 이벤트는 두세 달 안에 어떤 식으로든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이고 연말로 갈수록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다해도 이제 우리나라에서 고금리로 편안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갔다고 봅니다. 재테크할 때 고민 많이 해야하는 시절이 다가온 겁니다. 쉽게 의사결정을 하지 말고 금융기관 선정 단계에서부터 신중하게 결정하고 상품 분석과 경기예측에 있어서도 고객이 함께 고민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성공합니다. 저희는 고객의 그러한 고민을 덜어줄 프로들을 육성할 것입니다. 신한금융투자 직원 전원이 프로가 됐다고 공식 선언할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